"국민이 책임지라는 거냐" 자문기구에 입시정책 떠넘긴 교육부에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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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책임지라는 거냐" 자문기구에 입시정책 떠넘긴 교육부에 맹비난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12 23: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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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핵심 쟁점 국가교육회의에 이송...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비판 글 도배 / 조윤화 기자
교육부가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입시제도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하겠다고 밝혀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시험장 모습(사진: 더팩트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제공).

교육부가 입시 제도와 관련한 몇 가지 중요 쟁점 사안을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고유 업무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였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결정해줄 것을 요청한 주요 논의 사항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적정 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 크게 세 가지다. 또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수능 EBS 연계율 등에 추가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국가교육회의에 주문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이유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할 수 있고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이 같은 방식은) 국민이 참여해 숙의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 결정 방식”이라고 말했다. 즉 교육부의 입장은 국가교육회의에서의 공론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구하고, 이를 반영해 입시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것.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둘러싸고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진정한 숙의민주주의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입정책을 공론화 및 숙의 과정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전문가와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8월 대입 개편안을 추진하려다 ‘수능 절대평가’ 사안에서 반발에 부딪혀 대입제도 개편 ‘1년 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 이후 7개월여가 지난 현재, 교육부의 뚜렷한 입장 발표도 없이 입시 제도의 핵심 사안 전부를 자문 기구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대입제도 개편안을 접한 학부모들은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한 당일,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는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익명의 네티즌 A 씨는 “아이가 수능을 볼 나이가 되기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부모가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꾸준히 교육정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보니 교육부는 정말 뭐 하는 부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 과정을 걸쳐 정책 제안과 최종 결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정책 결정까지 약 4개월을 남겨두고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금 교육부의 행태는 국가교육회의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장문의 글을 마무리하며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 게시판 주소를 링크해 참여를 독려했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입시 관련 청원이 900여 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이는 국민들이 현 입시제도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동시에 많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정책의 혼란이 가중되자, 교육부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과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넘쳐나고 있다.

실제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입시제도 이송안을 발표한 당일(11일)과 그다음 날(12일) 교육부를 질책하는 청원 9건이 새로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12일 ‘교육부 폐지를 청원합니다’를 제목으로 하는 글을 게재하며 “학부모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교육부가 책임지지 않고 공론화위원회 같은 곳에 미루는 처사는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모르게 하는 결정”이며 “교육에 대한 리더십도, 책임감도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언론은 12일 교육부에 비판적 견해를 밝히는 칼럼을 일제히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교육부는 지난 몇 달간 외부 전문가들이 만든 입시안(案)을 받아서 이를 통째로 국가교육회의에 넘기는 역할만 했을 뿐, 책임지지 않겠다는 얕은 수가 그대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또한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 수립 단계부터 소통을 통한 합의를 끌어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는데 이를 회피한 것은 직무 유기다”라는 내용을 실은 칼럼을 게재해 비판에 가세했다. 한겨레의 경우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공론화의 의미는 크다”면서도 “원전 공론화위원회와 달리 입시제도는 쟁점별 찬반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한편, 국가교육회의가 현재 중3에게 적용될 예정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제안하면, 교육부는 이를 반영하고 고교 체제 개편,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등을 포함한 (가칭)교육개혁 종합방안을 8월 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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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2018-04-12 23:38:30
교육부가 잘 한 거 같은데
국민 스스로 선택하면 더 좋은 거 아닌가?
불평도 없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