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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를 횡재로 삼으려한 삼성증권 직원들의 야멸찬 잇속 차리기
편집위원 이처문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집으로 가던 길에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웠다. 지금이야 500원은 동전에 불과하지만 1970년대 초반엔 제법 가치가 있었다. 어머니에게 ‘신고’했더니 “주운 돈은 떡 사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곤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가서 따끈한 어묵과 떡을 사먹었다. 어디선가 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주인을 알 수 없는 무주물(無主物)로 간주했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횡재가 따로 없었다.

영어로 'windfall'은 낙과, 혹은 횡재를 의미한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뜻밖의 소득이 횡재(橫財)다. 영어로는 윈드폴(windfall). 바람에 떨어진 과일이다. 중세 유럽에서 땅을 소유한 영주들이 바람에 떨어진 과일은 소작농에게 그냥 가져가도록 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시절 소작농에게 낙과(落果)는 횡재였던 셈이다.

2014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티뷰론에 사는 한 부부가 뒤뜰에서 금화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낡은 깡통 5개에서 1800년대에 주조된 금화가 나온 것이다. 금화는 무려 1427개였다. 당시 시가로 1000만 달러(한화 약 107억 2600만 원). 이들 금화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화폐협회의 전시회에 선보이기도 했다. 500원짜리 지폐에 비하면 100억 원대 금화는 ‘횡재’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던 박모(39) 씨가 자신의 집 앞 길에서 7만 2718달러(한화 7700여만 원 상당)를 습득해 경찰에 신고했다. 주인은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모(44) 씨로 밝혀졌다. 하지만 돈 주인이 한사코 돌려받기를 거부했다. 이 씨는 자신이 모은 돈을 달러로 인출해 보관해오다 스스로 화가 나 버렸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이 씨가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모습과 돈을 버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결국 이 돈은 이 씨가 소유권을 포기하는 바람에 일단 국고로 입금됐다.

현행 유실물법에 따르면, 습득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돈을 주운 박 씨가 세금 22%를 뺀 6700여만 원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주인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박 씨에게 5~20%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임자 없는 금품을 습득했다고 해서 무조건 주운 사람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박 씨가 주운 돈을 임의로 썼다가 주인이 경찰에 신고해서 붙잡힐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게 된다. 현행 형법은 이 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삼성증권이 착오로 잘못 배당된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을 대기발령하고, 내부 문책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6일 501만 2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 중 한 직원은 약 100만주(350억 원어치)의 매도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 주가에 충격을 주었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에선 이들에 대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업과 투자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증권사 직원은 그 누구보다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부 착오로 배당된 주식을 ‘횡재’인 양 숨 쉴 틈도 없이 팔아치웠다니 어이가 없다. 그것도 회사 측의 매도 금지 요청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주식시장 이미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자신에게 배당될 턱이 없는 거액의 주식이 들어왔다면 ‘뭔가 오류가 있겠지’ 하고 회사에 신고부터 하는 게 상식일 터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 앞에서 이들은 눈을 감았다. 아무리 잇속에 밝다 한들 동료 직원의 실수를 이용한 야멸찬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이들의 무더기 주식 매도로 삼성증권 주가는 사흘째 내리막길이다.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6일 불안감에 동반 매도했던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회사 측이 어떻게 보상을 할 건지 두고 볼 일이다. 어쨌거나 땅에 떨어진 증권사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궁극적인 책임은 삼성증권의 허술한 시스템으로 귀착된다. 이 증권사는 주식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를 동일한 시스템으로 가동했다. 여기서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행주식수의 30배에 이르는 주식물량이 입고됐는데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은 채 이튿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도 큰 문제다. 존재하지도 않은 주식이 발행됐고, 매매까지 체결됐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유사한 시도를 하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자본주의의 얼굴인 주식시장은 신뢰를 먹고 산다. 사람들이 신뢰를 거두면 주식시장도 끝장이다. 투자자들을 얕보고 적당하게 뒤처리하다간 증권업계가 하루아침에 쪽박 찰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겠다.

편집위원 이처문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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