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술판 낭자한 봄철 공원...'불법' 고지에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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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부터 술판 낭자한 봄철 공원...'불법' 고지에도 모르쇠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4.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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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금지' 표지판 등지고 가방에서 술병 줄줄이…관리자들은 취객 단속 골머리 / 정인혜 기자

봄철 공원이 방문객들의 음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주 행위를 ‘불법’으로 금지한 국·군립 공원에서도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13일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자연자원 보호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 내 일부 구역에서 음주 행위가 금지됐다.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은 곳, 산 정상 등이 포함됐다. 등산로 정상에서 ‘정상주’를 마시면 범법자가 된다는 의미다. 음주 행위 적발 시 1차 5만 원의 과태료, 2차 이상 위반 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정부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원 내 금주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놀이터에선 여전히 술병이 나뒹군다. 지난 7일 찾은 부산의 시민공원. 공원은 벚꽃을 보기 위해 찾은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공원 곳곳에는 ‘음주 금지’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공원에서 음주를 금지한 근거는 지자체의 조례. ‘부산시 부산진구 건강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4조 1항에 따라 부산시는 시민공원을 금연구역 및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했다.

공원 곳곳에 붙어있는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잔디밭에 깔린 많은 돗자리에는 맥주 캔이 올라와 있었다. 도수가 높은 초록색 소주병이 있는 곳도 다수였다. 부산 시민 김모(29) 씨는 “친구들과 온 벚꽃 놀이에 맥주가 빠질 수 있냐”며 연신 건배를 외쳤다. 그는 "공원이 금주 구역인 것을 몰랐다"고 했다.

취기가 올라 얼굴이 벌겋게 된 사람들도 보였다. 이들은 공원 관리인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공원 관계자 측에게도 취객은 골머리다. 관계자는 “봄만 되면 공원 돌면서 취객 쫓아내는 게 일”이라며 “술에 취해서 난동 부리는 건 기본이고, 공원 나무 뒤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도 있다. 음주 금지라고 해도 막무가내”라고 혀를 내둘렀다.

국립공원과 등산 탐방로 등에서 음주가 전면 금지된 가운데 지난달 22일 오후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등산객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주말 북한산을 찾은 직장인 김모 씨는 취객들과 싸움을 벌였다. 산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보기 싫어 등산을 꺼리다가 법안이 제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나섰는데, 마주한 장면은 이전과 그대로였다.

고성을 지르며 술을 마시던 등산객들에게 “이제 산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지적하자 “그럼 산에서 술 안마시면 뭐하냐. 젊은 사람이 어른들 일에 참 말이 많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관리 사무소에서는 “지정된 금지구역이 모호해 단속이 쉽지 않다. 계도 기간이니 이해해 달라”라고 답변했다.

김 씨는 “그렇게 술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혼자 마시면 될 것이지, 왜 사람도 많고 사고 위험도 높은 산에 와서 꾸역꾸역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며 “국립공원 전 구역에서 음주를 금지하면 될 텐데 단속 지침이 애매한 것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음주 문화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한모(30) 씨는 “술을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마시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밖에 없다. 왜 산에서, 공원에서 술을 마시려고 안달인지 모르겠다”며 “그 넓은 공원이나 산을 정부에서 일일이 다 관리하고 단속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시민들이 나서서 잘못된 음주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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