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시대에 퇴직 꿈꾸는 ‘퇴준생’ 급증...'퇴직학교"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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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시대에 퇴직 꿈꾸는 ‘퇴준생’ 급증...'퇴직학교"까지 등장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4.0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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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년 차 퇴사율 49%...평생직장 개념 사라져 회사 다니며 자격증 취득 등 이직 준비 / 조윤화 기자
직장을 다니면서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직을 회사에 대한 배신,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평생직장’이라 여기는 회사원을 요즘 세상에선 보기 어렵다.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퇴준생(퇴직준비생)’이 늘고 있다.

이들은 당장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미래를 위해 퇴근 후, 주말과 여가를 이용해 재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토익을 비롯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이직을 위한 준비를 한다. 즉 퇴준생은 직장인이면서 구직자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직을 위해 퇴사를 결심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통계자료로도 증명이 된다. 극심한 취업 한파를 어렵게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퇴사율이 특히 많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퇴사자 현황과 변화’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차 이하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49%에 달했다. 연차별 퇴사율을 보면, 2년 차 20.9%, 3년 차 13.4%, 4년 차 5% 순이어서 연차가 짧을수록 퇴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회사에 밝힌 퇴사 사유로는 이직이 41.7%로 1위를 차지했다. ‘업무 불만’(31.2%), ‘연봉 불만’(24.3%), ‘상사와의 갈등’(13.1%) 등이 뒤를 이었다.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이색 학교인 ‘퇴사학교’가 등장했다. 위 사진은 퇴사학교의 직장인 학생들이 준수해야 할 규칙들(사진: 퇴사학교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퇴사학교’까지 등장했다. 2016년 5월 설립된 퇴사학교는 설립자인 장수한 씨가 '교장'을 맡고 있다. 퇴사학교의 창립 비전은 ‘모든 직장인이 행복하게 일하는 대한민국 만들기’다. 퇴사학교의 주요 수업은 ‘퇴사학개론’, ‘이직학교’, ‘방황학개론’ 등이 있으며 총 50여 명의 퇴사학교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설 이후 해당 수업에 참여한 ‘직장인 학생’은 총 5000여 명에 달한다.

퇴사학교의 수업을 들었다는 직장인 오모(28) 씨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 동질감을 느꼈다”며 “평소 고민하고 있던 내용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이미 겪고 극복해낸 선생님의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그는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의 의도와 목적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겠다”며 “또다시 퇴사학교의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퇴직을 준비하는 퇴준생 모두가 실제 퇴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취업률이 점차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직 성공에 대한 불안감과 주변의 시선이 퇴준생들의 발목을 붙잡기 때문.

직장인 박모(30) 씨는 최근 팀원 두 명이 잇따라 퇴사해 “3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떠맡고 있어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사람을 구해준다는 말뿐 전혀 구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매달, 매주 퇴사일을 혼자 정해놓고 겨우 버티고 있지만, 주변 기대와 부모님 때문에 퇴사를 계속해서 미루게 된다”며 “석 달 안에 진짜 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컨설팅 상담 전문가들은 이직을 위한 퇴사를 고려 중인 직장인에게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더브릿지컨설팅 이직연구소 다이엘 박 대표는 파이낸셜과의 인터뷰에서 "퇴사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매일 매일 견뎌야 하는 시간이 힘들 수 있다"며 "성공적인 퇴사자는 퇴사 후에도 사회에 공헌하면서 동시에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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