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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면 강제 퇴출, 사진으로 대화하는 카카오톡 '고독한 채팅방' 인기카카오톡 채팅방에 1만 개 개설...인간관계 안 얽히고 익명성 보장·다양한 사진 확보도 인기 요인 / 박지현 기자

최근 김미현(20, 부산 사상구) 씨는 새로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가입해 다른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텍스트를 보냈다. 하지만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특이했다. 어떤 사람은 "고독한 방에서는 말하기 금지입니다"란 말이 적힌 말풍선 ‘그림’을 보냈고, 또 어떤 사람은 "꺼져"라는 자막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김 씨는 생각지 못한 반응에 놀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씨를 제외한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글씨가 있는 ‘사진’을 서로 보냈고, 그들은 이런 식으로 계속 사진으로 대화를 진행했다.

최근 익명으로 모인 사람들이 텍스트 없이 사진으로만 대화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이 인기다. 일명 ‘고독한 채팅방’이다. 고독한 채팅방은 카카오톡 채팅방 기능 중 하나인 오픈 채팅방을 이용한 채팅방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오픈 채팅방 중 마음에 드는 주제를 가진 방이 없다면 특정 연예인, 동물, 음식 등 자신이 주제를 정해 직접 고독한 채팅방을 개설할 수도 있다.

고독한 채팅방의 규칙은 간단하다. 모든 대화는 사진으로만 할 것. 짧은 요구나 인사 등 대사가 필요하면 이미지에 직접 자막처럼 입력해 보내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텍스트로만 입력해 대화를 시도한다면 강제 퇴장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한 채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미지를 항시 저장해 두고, 상황에 알맞은 이미지를 찾아 빠르게 채팅해야 한다. 고독한 채팅방을 자주 이용하는 박한주(23, 부산 북구) 씨는 발 빠른 채팅을 위해서 고독한 채팅방 사진 폴더를 따로 만들었다. 박 씨는 “폴더에 200장 넘게 사진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사전 준비가 사진만으로 채팅이 가능한 이유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고독한 무도짤방’의 대화 내용은 이렇게 사진만 혹은 자막 있는 사진만으로 진행된다(사진: 카카오톡 캡쳐).

박 씨는 고독한 채팅방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녀는 “사진에다 그림판으로 ‘000모자 쓴 사진 보내주세요’라고 글을 적어 보내면, 순식간에 열 개, 스무 개의 사진 메시지가 온다”고 말했다.

고독한 채팅방을 자주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기서는 개인정보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고독한 맛집방’ 이용자인 안모(25) 씨는 “일반 채팅방은 당신 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등 내 개인정보에 대해 많이 묻는다. 그런데 고독한 채팅방은 닉네임과 임시 프로필을 사용해 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사진으로 대화하니까 일일이 개인 정보를 묻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덧붙여 “인사 치레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불필요한 친목도 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고독한 동물방’을 이용하는 닉네임 '댕댕이' 씨는 하루 종일 사람에 시달리다가 고독한 채팅방에 들어가면 인간관계에 얽힐 고민 없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별다른 대화 없이 사진만 주고받는 것 자체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고독한 채팅방의 시작은 고양이 사진만을 주고받는 ‘고독한 고양이방’이었다. 서로 개인정보를 시시콜콜하게 묻지 않고, 오로지 고양이 사진만 보고 싶어 시작하게 된 채팅방이었다. 이처럼 정보는 공유하고 싶지만 불필요한 인간 관계는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다른 방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이 다양한 주제를 가진 고독한 채팅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고독한’ 단어를 치면 1만여 개의 채팅방이 나온다. 이 고독한 채팅방들은 한 방당 기본 2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있으며, 많게는 1000명까지도 채팅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10명 중 4명은 고독한 채팅방을 이용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고독한 채팅방을 찾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고독한’ 단어를 치면 나오는 수많은 고독한 채팅방들(사진: 카카오톡 캡쳐)

카카오팀 관계자 이슬기 씨는 “고독한 채팅방이 많아지면서 트래픽과 서비스 이용량이 증가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전 서버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독한 시리즈 오픈채팅방은 이용자가 만들어내고 이용자가 붐업시킨 테마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최재용 한국 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싫증난 사용자들이 이미지 위주의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라며 “인맥 교류보다는 자기가 필요한 것만 얻거나, 익명의 공간에서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SNS를 하고 싶은 욕구의 발산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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