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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공연이 한민족 가슴 속에 뿌린 희망의 씨앗....이제 우리도 통일의 꿈을 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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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강성보

베를린 장벽은 노래 하나가 무너뜨렸다”는 말이 있다. 영국 팝가수 데이빗 보위의 <히어로즈>. 목숨을 걸고 베를린 장벽을 넘나들며 사랑을 불태우는 연인을 주제로 한 보위의 대표곡 중 하나다. 이 노래가 당시 독일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동서독 간 자유통행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결국 장벽이 물리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자세한 경위를 돌이켜 보면-.

보위는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의 ‘글램룩 스타’로 출신지인 영국 뿐 아니라, 유럽 전역과 미국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2016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1억4000만 장의 음반판매 기록을 올렸다. 평단은 보위의 독특한 창법의 예술성을 높이 사 그에게 ‘아트로커(art rocker)’라는 별명을 붙였다.

유럽대륙 전역을 누비며, 또 대서양을 넘나들며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던 보위는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코카인 중독이 돼 1977년 주거지를 서베를린으로 옮긴다. 동서 베를린을 가르는 콘크리트 장벽 인근 아파트와 스튜디오를 자전거로 왕복하면서 음악을 구상하던 그는 어느날 서독과 동독으로 나뉜 연인이 몰래 장벽을 넘어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들의 숨막히는 열애에 감격한 보위는 스튜디오로 가서 노래를 만든다. 사랑으로 장벽과 전쟁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히어로즈>란 곡명은 “장벽을 극복하며, 총탄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그 위험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당신들이 바로 영웅”이라는 가사에서 따왔다.

데이비드 보위의 2003년 공연 장면(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 노래가 발표되자마자, 금방 빌보드 등 각종 음악 차트에 탑10으로 랭크되며 음반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동서독의 젊은이들은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유와 통일을 꿈꿨다. 노래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난 1987년, 보위는 서베를린 의사당 앞 야외광장에서 사흘간 콘서트를 열었다. 베를린 장벽 바로 인근이었다. 사흘 내내 서독 전역에서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보위의 선창에 맞춰 <히어로즈>를 비롯한 히트곡을 따라 불렀다. 장벽 너머로 대형 앰프가 뿜어내는 노래를 듣고 있던 동베를린 젊은이들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청년들이 장벽 위에 올라가 보위의 콘서트를 구경했다. 그리고 보위의 노래 <히어로즈>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불렀다.

당황한 동독 당국자들이 장벽을 타고 오른 청년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물대포를 쏘는 등 강제 진압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상을 당했고 또 수백 명이 체포됐다. 이에 격분한 동독의 시민들이 연일 거리에 쏟아져 시위를 벌였다. 보위의 콘서트 일주일 후 로날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서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자유를 원한다면 이 문을 여십시오”라는 내용의 역사적인 연설을 한다. 이에 고무된 동독 시민들은 표현과 여행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결국 1989년 11월 9일 독일을 둘로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독일 사람들은 보위의 노래 <히어로즈>가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2016년 보위가 암으로 사망하자,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통일에 큰 힘을 가져다준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보위는 생전에 영국 정부로부터 일등 훈장과 작위 수여제의를 거부했다. “나는 용을 물리친 적이 없다(영웅의 행적을 한 바 없다). 그냥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독일 정부나 국민들이 보내온 감사의 뜻은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정말 뜻깊은 일이 있다면 독일 통일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보위의 노래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고 독일 통일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일 것이다. 분단 당시 서독 당국의 집요한 외교적 노력, 또 미국 등 서방국의 동독 개방 압력과 구 소련의 획기적인 개혁 정책이 없었다면 그 역사적 대 사건은 결코 일어날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 이편의 작은 나비 날개짓이 지구 저편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위의 노래가 ‘버터플라이 이펙트(나비효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음악의 힘과 예술가의 저력이 때때로 역사를 바꾼다는 사례는 <히어로즈> 외에도 숱하게 발견된다.

남측 예술단이 사흘간 평양 공연을 마치고 귀국했다. 동평양 대극장과 정주영 류경체육관에서 벌어진 두 차례 공연은 성황리에 개최됐고, 관객들로 꽉 찬 공연장은 감격의 도가니였다고 한다. TV를 통해 녹화중계된 실황을 보는 남측 국민들도 대부분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첫날 공연의 제목처럼 한반도에 봄의 기운을 완연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가을엔 평화와 화해 남북협력의 수확을 거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저 멀리서 다가오는 통일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우리측 예술단의 음악감독 윤상을 비롯한 가수들이 4일 오전 평양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윤도현 악단의 윤도현은 2차 공연에서 “(북한) 삼지연 악단과 평양과 서울 뿐 아니라 전세계를 돌며 합동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정인도 “삼지연과 콜라보를 해보니 화음이 잘 맞는다”며 앞으로 계속 심지연 악단과 콜라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공연 피날레에 모든 공연자들이 무대로 나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 만장한 1만여 관객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부분 공연자들과 탁현민 등 관계자들이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 혼났다“며 감격의 소감을 나타냈다.

가수 윤도현이 2017년 6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열린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의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남윤호 기자, 더 팩트 제공).

아직은 넘어야할 난관이 많다. 평화의 모멘텀은 잡았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만만치 않다. 당장 북-미 간의 비핵화, 평화협정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고르디우스 매듭이나 TV 전기 코드 뽑듯 전쟁 위기와 긴장 국면이 금방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곳곳에 지뢰밭이 많아 자칫하면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꿈은 꾸고 싶다. 머지않은 미래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하는 꿈 말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열차로 유럽까지 여행하는 꿈 말이다. 백두산을 중국 땅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오르는 꿈 말이다. 구렛나루 덥숙한 모습으로 개마고원에서 트래킹하는 꿈 말이다. 데이빗 보위가 <히어로즈> 노래 하나로 독일 통일의 희망을 싹 틔웠듯이 이번 예술단의 평양공연은 그런 꿈의 씨앗을 한민족 가슴 속에 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논설주간 강성보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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