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스티로폼 이어 페트병 수거 대란...재활용업체 수거 거부, ’쓰레기 대란’ 전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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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스티로폼 이어 페트병 수거 대란...재활용업체 수거 거부, ’쓰레기 대란’ 전국 확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4.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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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자체와 주말 상황반 꾸려...시·구에서 별도 수거할 수도 / 신예진 기자
수도권의 일부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닐, 스티로폼, 페트병 등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일부 수도권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에 이어 페트병까지 수거를 거부하는 바람에 쓰레기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환경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분간 재활용품 처리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도 화성과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은 1일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을 일절 수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업체들은 아파트 측에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페트병은 대표적인 재활용품 중 하나로 꼽힌다.

업체들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3월 일부 수도권 업체들의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 거부에서 시작됐다. 업체들은 담당 아파트 단지에 비닐, 스티로폼 등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 등을 종량제 봉투에 담도록 요구하는 것은 ‘폐기물관리법 위반’이다. 적발 시, 법에 따라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갑자기 닥친 ‘재활용품 수거 거부’에 아파트 입주민들은 답답해 한다. 주부 김모(52, 경기도) 씨는 “집에 평생 쓰레기를 쌓아둘 수도 없고 짜증이 솟구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 씨는 관리사무소의 "일단 기다려보라"는 말에 재활용품을 베란다에 모아두고 있다. 김 씨는 “다음 주 주말 강원도 시댁에 제사 모시러 가면서 재활용품을 처리하기로 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으니 지자체에서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거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한 것은 중국의 폐자원 수입 금지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지난 1월부터 자국의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폐지 등 24개 재활용품 수입을 중단했다. 우리나라는 국내 재활용품은 물론, 다른 나라의 폐품까지 수입해 중국에 되팔아 왔다. 수출길이 막히자, 재활용품 가격은 급락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경우 1kg당 90원에서 20원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업체들은 재활용품을 중국에 팔아 얻은 이익으로 비닐까지 처리했다. 특히 재활용품에 섞여 들어온 오염된 비닐은 업체에서 별도로 소각 처리 업체에 의뢰해 처리한다. 결국,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에 부담을 느낀 국내 업체들이 덤으로 가져가던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전대범 대성환경 대표는 중앙일보에 “수거 업자들은 비닐을 깨끗한 상태로 버리기만 한다면 문제없이 수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수거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애써 오염된 비닐을 수거해 왔다가 재활용 업체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본인들이 직접 돈을 들여 폐기해야 하니 손해 보는 장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대란이 불거진 것은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무가 지자체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의 재활용 폐끼물은 지자체가 직접 수거한다. 그러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수익을 위해 수거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즉, 아파트는 수거 업체에 헌 옷이나 종이 등 일명 ‘돈 되는 재활용품’을 팔고, 재활용이 안 되는 비닐과 스티로폼 등의 수거까지 맡긴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수거 업체들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아파트 측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거 거부 통보를 내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업체끼리 대단지 아파트와 계약을 맺으려고 난리칠 땐 언제고, 수익이 떨어지니까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수도권 업체들의 수거 거부 움직임은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될 위기에 놓였다. 실제로 한 부산 지역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 업체는 이달 말부터 폐기물을 수거해가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쓰레기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경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지자체들과 함께 주말 사이에 상황반을 꾸렸다.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재활용품 처리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환경부 관계자는 “만일 업체에서 끝까지 비닐이나 스티로폼을 수거해 가지 않는다면 시·구에서 별도로 수거, 운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각 시·도에 재활용 관리지침을 통지하며 재활용품 상태 개선 홍보에 나섰다. 환경부의 지침에 따르면, ▲비닐류는 깨끗이 씻어 투명봉투에 담아 배출 ▲스티로폼은 테이프, 운송장, 상표 등을 제거한 뒤 씻어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일부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오염된 비닐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종량제 봉투에 담을 것을 권했다.

환경단체들은 재활용품 수거와 관련해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30일 논평을 내고 "비닐과 스티로폼 분리수거와 재활용 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며 "폐기물 재활용을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폐기물 수거 업체 간 개별 계약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관여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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