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위안부 역사관, 재정난에 문닫을 판
상태바
부산 유일 위안부 역사관, 재정난에 문닫을 판
  • 취재기자 조소영
  • 승인 2014.08.18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단체라 지자체는 지원 ‘난색’...후원자 절실

얼마 전 SNS를 통해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 해운대구 신도고등학교 학생들이 부산 유일의 위안부 역사관인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운영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자체적인 모금을 통해 성금을 전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따뜻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폐관 위기에 처했다.

▲ 민족과 여성 역사관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부산시 수영구 수영동에 위치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2004년 사단법인 정신대 문제대책 부산협의회에 의해 설립됐다. 정신대 문제대책 부산협의회는 1991년 김문숙 이사장에 의해 설립된 단체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죄인처럼 숨어 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이를 알리고자 정신대 문제대책 부산협의회를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협의회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수십 년간 모은 위안부 관련 자료를 많은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게 해서 보다 확실히 위안부 문제를 알게 하는 시설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다. 김 이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의 껍데기만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현재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크게 전시와 교육,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140평(462m²) 규모의 전시실은 일본군 위안소 당시의 증거자료와 부산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승리한 시모노세키 재판의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 제1전시관과, 매년 테마에 맞춰 새로운 자료를 선보이는 제2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품 중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술심리치료를 받으며 그린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 위안부 관련 각종 자료와 기록물 등이 전시관에 다수 전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역사관에서는 교육도 활발히 이뤄진다. 숫자에 관계없이 사전에 예약하고 역사관을 방문하거나, 혹은 예약 없이 역사관을 방문해도 김 이사장이나 강화숙 관장이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1시간 이상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강 관장은 “방문자 수에 상관없이 참혹한 역사에 대해 알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일을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사관이 처음 만들어지자,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지도 않았고, 지자체의 도움도 전무했다. 김 이사장 자력으로 협의회와 역사관을 만들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역사관 건립에 들어간 모든 비용은 순전히 김 이사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김 이사장은 젊은 시절 여행사를 운영해 벌어놓은 돈을 역사관 건립에 쏟아 부었다. 역사관이 만들어진 이후라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면 좋았겠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역사관 건립 10주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역사관 운영의 모든 비용은 김 이사장이 감당하고 있다.

▲ 김문숙 이사장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현재 김 이사장은 87세로 역사관을 만들 당시부터는 사업을 접어서 특정한 수입이 없었다. 역사관 건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들어오는 돈은 없지만, 역사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임대료, 냉난방비 등 한 달에 약 400만 원이 지출됐다. 적금통장을 하나씩 깨오던 김 이사장은 2012년 운영난에 부딪혔고, 결국 역사관의 문을 닫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일부 인터넷 언론에서 이 사실을 보도했고, 여러 사람들이 성금을 모아 보내왔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부산시에 지속적으로 항의해, 결국 부산시가 올해부터 건물세를 대신 지급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김 이사장은 역사관을 유지하겠다고 마음을 돌리고 다시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이렇게 난관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2014년 올해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 주인이 다달이 나가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인상폭도 95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역사관이 다시 폐관 위기를 맞았다.

위안부 문제 공부를 위해 역사관을 방문했다가 이 사실을 안 신도고등학교 일부 학생들이 전교생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그렇게 모아진 돈은 210만 7000원이었고 그 돈은 고스란히 위안부 역사관에 전해졌다. 모금운동을 시작한 신도고등학교 회장 박준규(18) 군은 “역사관을 방문했을 때, 마음속에 많은 울림을 받았다. 이런 역사관이 절대 없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신도고 학생들이 정성스레 모은 성금을 역사관에 전달했다. 역사관은 그 성금모금함을 앞에 전시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소영).

학생들의 따뜻한 도움에도 불구하고, 역사관은 여전히 재정 위기 상태다. 역사관과 같이 매달 일정한 금액이 나가는 전시관은 그만큼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그런 역할을 담당할 정기 후원자가 없다. 역사관 건립 당시, 김 이사장은 정기 후원자의 중요성을 몰랐고, 역사관에 이사들이 있지만, 그 이사들은 물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한다.

역사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하루 평균 30명가량이 역사관을 찾고 있지만,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모두가 위안부 역사관의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선뜻 돕지는 않는 것이다. 해운대에서 산부인과를 하고 있는 홍숙희 원장은 김 이사장이 쓴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고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후, 역사관의 정기적인 후원자가 됐다. 홍 원장은 “내가 직접 도울 수 없는 일을 누군가 나서서 해 주는데 내가 가진 물질로라도 돕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의미 있는 일이 돈 걱정으로 막히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역사관에 홍 원장 외에도 든든한 후원자가 최근 또 한 명 나타났다. 박상호 신태양건설 회장이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 회장은 신도고 학생들이 돼지 저금통을 털어 모금했다는 얘기를 듣고 부끄러움을 느껴 후원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박 회장의 도움으로 역사관은 한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게 됐다.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315-910019-34805(하나은행), 예금주 김문숙정신대문제대책으로 송금하면 된다. 역사관 전화번호는 051-754-3444다. 역사관은 주중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