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포비아' 대책, 스피치 학원까지 등장...채팅과 메신저가 앗아간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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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포비아' 대책, 스피치 학원까지 등장...채팅과 메신저가 앗아간 통화
  • 취재기자 김민성
  • 승인 2018.04.02 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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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는 편안, 통화는 불안...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버전인가, 소통의 실종인가 / 김민성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채팅과 메신저가 주요 소통수단으로 등장하면서 통화를 꺼리는 콜포비아가 등장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콜포비아(통화를 꺼리는 현상)'를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대응책이 등장하고 있다. 통화를 겁내지 않고 하려면 요점을 미리 메모해두거나 아예 스피치를 연습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대학생 정해정(23, 경남 양산시) 씨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 대부분 메신저로 많이 주고 받아서 전화통화를 할 일이 거의 없다. 정 씨는 "어쩌다 통화할 순간이 되면 왠지 어색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휴학생 김도연(21, 경남 양산시) 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전화 통화가 두려워 채용과 관련된 전화를 기피하고 받지 못했다. 김 씨는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까봐 걱정이 돼 채용 관련 전화를 쉽게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알바천국은 최근 콜포비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채용공고 전화 팁을 발표했다. 이를테면, 채용공고 전화에 머뭇거리지 않고 응대할 수 있도록 미리 간단한 메모를 해놓을 것을 권고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올 채용전화를 기다릴 때, 면접 또는 출근이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미리 적어 놓을 경우 당황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화가 부담스럽다면, 문자를 먼저 보내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실제 많은 사업장에서 전화보다는 문자 연락을 선호한다.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하면, 전화통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이처럼 젊은 직장인의 전화통화 어려움에 직장인들을 겨냥한 '전화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한 스피치 학원에서는 전화 통화 매너도 가르지만 '전화를 겁내지 않는 법'을 물어보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원래 전화통화에 거부감이 없던 사람도 안 좋은 전화통화 경험을 하게 되면 역시 컬포비아가 된다. 대학생 김민재(22, 경남 양산시) 씨는 배달 음식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 낯선 사람과의 전화통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김 씨는 "갑작스런 매장 전화에 전화를 받았는데 고객이 폭언을 내뱉고 화를 내는 바람에 식은땀이 났다" 며 "이후 전화받는 일이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객의 폭언으로 콜포비아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들 감정노동자들은 채팅이나 메신저에 의존한다. 지난 2014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스마트폰 이용 목적' 조사에서 채팅과 메신저를 선택한 사람이 79.4%에 달했다. 

청년들이 통화를 꺼리는 추세는 데이터로도 입증이 된다. 최근 실시된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에게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을 물었더니 '전화벨이 울릴 때'가 39.4%로 2위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도 콜포비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전화통화보다 메신저와 채팅이 편하고 감정소모가 덜한 것 같다"며 "전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감정노동자들이 콜포비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심리치료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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