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1호기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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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1호기의 위험
  • 편집위원 정일형
  • 승인 2014.08.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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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중흥의 찬연한 등불.” 이것은 1978년 7월 20일 고리 원전 1호기 준공식에서 있었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치사에 표현된 수식어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우리나라는 총 4곳의 원자력 발전소와 23개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발전량 기준으로 세계 5위, 회사 단위로 세계 2위의 원자력 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21년까지 9개의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건설할 예정에 있다.

이런 원자력 강국에서 가장 가까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후 3년, 우리는 그와 비슷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논의들 때문에 벌써부터 가동이 중단되었어야 할 원자로의 운영을 10년 연장했고, 향후 10년을 더 연장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원자로 주변에 약 340만 명의 인구가 밀집한 부산 지역에서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고리 원전 1호기의 운영논리는 돈 때문인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사고의 가능성이 1억분의 1로 낮다고 주장하지만 똑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도 예기치 못한 사고였듯, 누가 과연 사고의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익히 원전사고로 알려진 미국의 쓰리마일, 구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는 각 지역의 원인이 다 다르고 또 어떤 원인에 의해서 사고가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하루 전기 생산량은 58.7만 KW로 100만 KW당 10억의 가격으로 계산해보면 약 6억 원 정도의 수익을 매일 발생하게 된다. 특히나 대개의 건물의 감가상각을 30년으로 치면 이미 30년이 지났으므로, 운영비와 핵 연료비 정도만 들어가고 2008년부터는 돌리는 족족 이익인 셈이다. 이것을 계산해보니 하루에 6억, 한 달이면 180억, 1년이면 2,160억 원이라는 소리다. 정확한 순익을 계산할 순 없지만 단순히 운영의 측면에서만 보면 1년에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전기 사용의 악순환에 있다. 세계 굴지의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를 돌리면 막대한 수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정작 전기는 한국전력이 사 가서 그 전기를 다시 기업과 사업장 및 가정에 되판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을 분석해보면, 일반 가정에서 13%, 산업은 55%, 상가 등에서 22%, 기타 10% 등으로 나타난다.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생긴 적자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74조원의 부채를 만들었는데, 이는 4대강 공사로 생긴 수자원공사의 5년간 누적 부채 10조원의 7배가 넘는 금액이며, 1가구당 부채로 환산해보면 약 590만 원 정도로 계산된다.

결국 일반 국민들은 매달 가정에서 내는 전기요금 고지서의 전기세와 산업용 전기를 싼 값에 되팔아 생기는 누적 부채에 해당하는 세금까지 두 번의 전기요금을 내는 격이다. 우리나라 전력량 상위 10개 기업을 보니 현대제철-삼성전자-포스코-삼성 디스플레이-LG 디스플레이-SK 하이닉스-주식회사 한주-OCI-LG 화학-SK 에너지 순이다. 이들 중 상위 3개 기업의 전기소비량은 광주나 대전광역시의 1년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55%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기 위해 340만 명의 목숨을 담보한 위험을 안고 원전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노후된 원전의 위험은 핵연료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의 주성분이 강철이라는 데 있다. 이 강철은 영하 20~30℃로 낮아지면 충격에 의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강철은 원래 강해야 하지만 원자로의 핵분열시 발생하는 중성자를 쏘이면 영하 20~30℃가 아니라 실온에서 깨질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고리 원전 1호기는 가동 1년 만에 수명 말기에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처음 가동시 영하 23℃였으나 가동 1년 만에 82℃로 올라갔고, 마지막으로 측정한 99년에 107℃까지 올라갔다. 고리 원전과 가장 비슷한 일본의 겐카이 원전 외벽 온도가 98도까지 올라가서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99년 107도까지 올라간 것이 밝혀진 이후 그 후의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원자로가 수만 가지 경우의 수중 어떤 원인에 의해 외부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 폭발 방지를 위해 냉각수를 사용하여 식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때 영하 20~30℃에서 깨져야 하는 강철이 이미 107도를 넘겼으므로 실온의 찬물만으로도 쉽게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미세한 균열만 있어도 뜨겁게 달구어졌던 유리그릇이 찬물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 것처럼 절대 깨지지 말아야 할 강철이 유리처럼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권과 우주의 기압 차이가 1기압인데 우리가 아무런 장비 없이 우주로 나가면 산산조각 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원자로 안의 압력은 150기압으로 외벽이 깨졌을 때 150기압의 원자로가 폭발한다면 상상하기조차 힘든 원자폭탄 수준이 될 것이다.

이미 한 번 사고를 경험한 이웃나라 일본은 55개 원전 중 이미 폐쇄한 1개 원전과 후쿠시마 사고로 잃은 4개를 제외한 50개 원전 전체를 가동 중지시켰다. 그래도 현재 전력 수급에 하나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전력 예비율이 높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23개 원전을 다 닫아보면 어떨까? 다 닫는 게 문제가 된다면 최소한 위험도가 높은 고리와 월성, 영광 등 30년이 넘었거나 다 되어가는 원전 몇 개만이라도 닫아보는 것이 어떨까? 과연 그렇게 하고 난 후에 전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지, 그 이외에 원전 주변의 주민들에 대한 역학 조사 등을 통해 어떤 다른 문제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특히 고리 원전 1호기 주변의 부산 지역은 쓰는 전기보다 생산하는 전기가 2배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따라서 고리 원전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리 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기의 단 0.5%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현재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예비 전력율이 25~30% 수준으로 늘어난 시점에서 이렇게 반대가 많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을 더 연장하겠다는 이 정부의 논리는 아무래도 모순으로밖에 달리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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