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 방식 ATM폰 결제, 탈세 악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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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체 방식 ATM폰 결제, 탈세 악용 가능성
  • 취재기자 최위지
  • 승인 2014.07.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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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자동 신고 안돼... 접객업소들, 카드 손님 거절하기도

요즘 소비자들은 업소에서 1000원 정도의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업소들의 거래 사실이 국세청에 자동으로 통보되므로, 영업 실적이 투명해진다. 현금영수증도 업소들의 거래 사실이 국가에 통보된다. 그러나 소비자와 업소 간에 은행 계좌이체로 대금을 지급한다면 국세청이 알 길이 없다. 요즘 일부 업소들이 카드결제만 되는 카드결제단말기 대신 계좌이체가 가능한 ATM폰을 사용하고 있어 탈세 의혹이 커지고 있다.

각종 업소나 매장에서 카드결제 단말기로 거래 대금을 카드로 받으면, 사업자는 카드사로부터 2% 대의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4일 내지 7일 뒤 돌려받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거래 사실을 인지하게 돼 있다. 그런데 많은 사업자들이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금융복합단말기(Shop ATM)’를 도입해 사용해왔다. 금융복합단말기는 카드결제뿐 만 아니라 현금카드를 이용한 계좌이체 기능이 추가된 단말기였다.

▲ 일반 카드결제단말기에 계좌이체기능이 더해진 금융복합단말기 광고지면. 탈세 정황을 포착해 지난 2012년 국세청과 금감원이 기기판매 및 사용을 중지시켰다. (출처 :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금융복합단말기의 계좌이체 기능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실시간 계좌이체가 이뤄지면, 이는 카드 결제가 아니어서, 결국 사업자는 카드사에 지불할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서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금융복합단말기가 국세청이 사업자들의 매출 및 소득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계좌이체 수단으로 사업자들에 의해 이용되면서 사업자들의 탈세 수단이 되자, 2012년 1월, 국세청이 금융복합단말기를 이용하는 사업장의 탈세 정황을 포착해 금융감독원을 통해 금융복합단말기의 계좌이체 기능을 중지시켰다.

금융복합단말기를 이용해 계좌이체로 탈세가 불가능해진 사업자들이 최근 'ATM폰‘을 매장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ATM폰은 Automatic Teller's Machine의 약자인 ATM과 전화기를 의미하는 폰을 합친 단어다. 즉, 사람들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의 기능들을 가진 일종의 인터넷 전화기다.

▲ ATM폰의 광고지면. 단말기의 옆면으로 카드를 꽂으면 일반 ATM기계와 비슷한 터치방식으로 은행거래를 할 수 있다. (출처 : 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ATM폰을 이용하면, 계좌이체,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각종 공과금 납무, 수표조회, 환율조회 등의 은행 업무가 비교적 편리하고 간편하게 처리된다. ATM폰은 모든 은행과 거래가 가능하며, 당행 이체는 무료이고 타행 이체는 건당 5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SK브로드밴드에서 출시한 ATM폰의 한 달 사용요금은 매 월 300분 무료통화를 포함해 월 1만 2000원(VAT 제외)이다. ATM폰의 계좌이체 기능은 신용카드로는 불가능하고 체크카드나 현금카드로만 가능하다.

문제는 원래 ATM폰은 업소의 영업용이 아니라 가정용으로 개발된 것인데 실제로는 가정보다는 대부분 사업자들이 더 많이사용한다는 것이다. ATM폰은 가정에서 공인인증서 등이 필수인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사용하지 않고 간편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가 ATM폰을 이용해서 소비자들로부터 계좌이체로 현금을 얻었다고 해도 이를 사업자가 국세청에 자진 신고하지 않는 한 세금을 탈루할 우려가 있다.

부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32,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씨는 손님이 체크카드로 결제를 원할 때 카드 결제가 아니라 계좌이체로 대금을 대신 받을 수 있다는 말에 SK브로드밴드의 ATM폰을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는 “한 달 사용료 1만 2000원를 내더라도 2% 대의 체크카드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불하지 않아도 돼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일케어 전문 뷰티샵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29, 부산 남구) 씨도 ATM폰을 최근 사업장에 설치해 영업에 이용하고 있다. 체크카드를 내미는 손님들에게 카드 대금이 아닌 은행 계좌이체로 대금을 받아도 되겠느냐고 하면, 손님들이 조금 낯설어하다가 추가 설명을 해주면 쉽게 응해준다. 그녀는 “나는 소득을 숨기거나 세금을 덜 낼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그저 카드 수수료를 아끼는 목적으로 ATM폰을 쓴다”고 말했다.

ATM폰은 가정이든 개인 사업자든 관련 통신사에 비용만 지불하면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기존 카드결제단말기를 소유하고 있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손님이 체크카드를 내밀면 ATM폰의 계좌이체 기능을 요구하기도 한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손님이 체크카드나 IC칩이 부착돼 있는 현금카드로 음료를 구매하면 동일한 음료를 한 잔 더 제공하는 이벤트(2014년 7월 17일 ~ 28일)를 12일 간 열었다. 손님이 계좌이체로 요금을 지불하면, 그만큼 업소는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국세청에 매출 기록을 남기지 않고 현금을 얻은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장들이 ATM폰을 이용해 영업하는 것에 대해서 국세청은 지켜보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는 IC카드를 이용하는 ATM폰의 보급과 사용확대를 계도하는 기간이므로 ATM폰 사용 상황을 당분간 지켜 볼 것이며 ATM폰의 계좌이체 기능을 이용한 탈세가 전반적으로 나타난다면, 그때 별도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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