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디' 리메이크한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뻔히 보이는 결말과 반전에 실망 / 김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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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디' 리메이크한 스릴러 영화 '사라진 밤'...뻔히 보이는 결말과 반전에 실망 / 김환정
  • 부산시 연제구 김환정
  • 승인 2018.03.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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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이자 재력가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윤설희(김희애 분). 그의 남편 박진한(김강우 분)은 대학교수이자 그의 아내 설희의 회사 연구원이다. 이들의 결혼은 ‘신분을 극복한 세기의 결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화려했으나 둘의 결혼 생활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설희는 남편 진한에게 집착하며 그를 소유하려 했고, 그는 아내의 비위를 맞추며 꼭두각시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아내에게 답답함을 느낀 진한은 밝고, 순수하며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제자 혜진(한지안 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얼마 후 혜진은 임신을 하게 되고, 진한은 혜진과 아이를 보호하고 아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아내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설희에게 진한은 독약이 든 와인을 건네고, 그녀는 사망한다. 그러나 그 날 저녁, 진한은 국과수로부터 아내 설희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아 그곳으로 향하고 담당 형사인 중식(김상경 분)을 만나게 된다.

배우 김상경과 김희애, 이창희 감독, 김강우(왼쪽부터)가 2월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사라진 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이 영화는 2012년에 개봉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반전 스릴러 영화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더 바디>를 한국식으로 어떻게 재탄생시켰을지 큰 기대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희애, 김강우, 김상경 등 연기파 배우들의 작품이기에 <더 바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또 귀신, 조폭, 검사가 등장하지 않는 스릴러물은 오랜만이고, 국과수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과연 이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사람들은 매우 궁금해 했다. 이와 함께 살인사건의 범인은 남편 ‘진한’인 것을 알지만 과연 누가 시체를 훔쳐간 범인은 누구일지 우리가 직접 추리를 해나가는 짜릿함이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범인은 누구일까 열심히 상상하고 추리하고 있을 무렵, 영화가 중반부에 이르기도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이 사건의 담당 형사인 중식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씩 미끼를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국과수의 한 여성 박사는 중식에게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라고 말을 하고, 중식의 상사는 “아내를 잃었는데, 심정이 어떻겠냐? 너도 겪어봐서 알잖아”라고 말한다. 이로써 중식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 여성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진한과 중식 사이에 어떤 일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영화가 계속되면서 뻔한 스토리가 점차 눈에 보였다. 결국, 이야기의 결말은 한 편의 완벽한 복수극으로 끝난다. 이 영화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큰 감동이 없었다. 예상되는 스토리에 뻔한 복수극이었다. 특히 영화의 원작인 <더 바디>를 본 사람들은 더욱 실망이 컸다고 한다. 조금의 인물 변화만 있을 뿐 등장인물 설정, 스토리 전개, 결말이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모든 결말이 예상되었는데, 원작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갔다. 신기할 정도로 모든 일은 중식의 계획대로 흘러갔고, 진한은 그의 인형처럼 잘 조종당했다.

감독이 반전을 만들고자 설정한 요소들은 괜찮았다. 진한의 시점으로 극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정말 설희가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복수라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뻔하게 바뀌었고, 끝은 허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부분마다 실제로 일어나기 매우 힘든 일도 몇 가지 보이면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들게 했다. 진한의 학교 학생도 아닌 혜진이 어떻게 오랜 시간 학생인 척 그를 속일 수 있었을까? 흔적도 남지 않는 독약으로 치밀하게 아내를 살해할 정도로 똑똑한 진한이 중식의 속임수에 쉽게 넘어갔을까?

개연성 없는 사건 흐름과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가끔 넣어놓은 유머러스한 장면은 우리를 당황케 했다. 또한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교훈을 일깨워주며 나쁜 짓을 한 인간이 벌을 받는 당연한 권선징악 전개가 그리 시원하지만은 않았고, 익숙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리메이크 스릴러 영화라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허무하고 뻔한 복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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