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뉴스 창간 5주년 기념사] 시빅뉴스는 '딸깍발이' 버스커...텅 빈 광장에서 당당히 노래 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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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 창간 5주년 기념사] 시빅뉴스는 '딸깍발이' 버스커...텅 빈 광장에서 당당히 노래 부르리
  • 발행인 정태철
  • 승인 2018.03.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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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 정태철
발행인 정태철

통상, 한국에서는 종이신문 있는 온라인 신문은 ‘온라인신문’, 종이신문 없는 온라인 신문은 ‘인터넷신문’이라 부릅니다. 이들의 모임도 각자 ‘온라인신문협회’와 ‘인터넷신문협회’로 나뉘어 있습니다.

인터넷신문은 등록된 것이 6000개가 넘고, 기준이 애매하지만 사이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략 1000개 정도라고 합니다. 해마다 1000개 이상이 새로 등록하고, 거의 같은 수의 인터넷신문들이 매년 사라진다고 합니다. 인터넷신문 시장은 복마전이 따로 없습니다.

시빅뉴스는 그런 인터넷신문 중 하나로 원래 2007년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신문을 흉내 낸 사이트를 구축하고, 기사와 영상 실습 시간에 학생들이 생산한 콘텐츠를 겨우 업로드했습니다. 하루에 한 건도 좋았고, 1주일에 한 건을 올리고도 우리는 스스로를 대견해 했습니다. 하루 방문객은 학생들과 교수 등 우리 식구 100여 명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변호사를 배출하는 로스쿨도 있고, 의사를 양성하는 메디컬 스쿨(의과대학)도 있는데, 기자를 양성하는 저널리즘 스쿨은 왜 없을까요? 언론처럼 중요한 일을 우리는 언제까지 중세 대장간에서 후계자 양성하듯 도제식으로 사수 기자가 조수 기자를 가르쳐야할까요? 우리는 이런 국내 기자 충원 시스템을 늘 답답하게 지켜봤습니다.

드디어 시빅뉴스가 대한민국 신방과 교육의 개혁을 선포했습니다. 의대생들이 ‘실제’ 부속 병원에서 ‘실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의술을 익히는 것처럼, 신방과의 미래 기자 지망생들도 ‘실제’ 부속 언론사에서 ‘실제’ 사회 문제를 기사로 다뤄야 기자 역량을 제대로 배우지 않을까요?

그래서 시빅뉴스는 2013년 부산시에 정식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하고 인근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마침 학교기업이란 제도가 있어서, 시빅뉴스는 경성대학교의 학교기업으로 인정받아 수익활동도 하고 학생 현장실습도 병행하게 됐습니다. 그날부터 5년이 흘러 오늘이 시빅뉴스 창간 5주년 기념일입니다.

2015년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기업 지원사업에 신청하여 시빅뉴스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2015년과 2016년 2년 동안, 우리는 교육부로부터 해마다 2억여 원을 지원받아 역량을 키웠습니다. 5명의 직원 기자도 뽑았고, 5명의 상근 인턴기자와 40여 명의 비상근 인턴 기자도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업과 현장을 조화시킨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의 ‘1인1직무능력 졸업제’, ‘교육-현장 일체형’ 기자 양성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017년 2월에는 시빅뉴스가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제휴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해 900개 신청 언론사 중 두 포털 모두로부터 뉴스 제휴사로 선정된 21개 언론사 중 하나로 시빅뉴스가 뽑힌 기적을 연출한 것입니다.

3월 14일 시빅뉴스 메인 페이지(사진: 시빅뉴스 캡처)

그동안 2013년 3월 15일부터 2018년 3월 14일까지 5년 간 시빅뉴스가 생산한 콘텐츠 총건수는 7216건이며, 2017년 3월 7일부터 2018년 3월 14일까지 네이버와 다음에 전송한 뉴스는 모두 3426건에 달했습니다. 하루 최고 페이지뷰가 9만회였고, 최근 1일 평균 페이지뷰는 2만회 전후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단독 취재한 특종 기사도 있었고, 중앙 언론사에서 취재 자료를 요청받은 기사도 다수였습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일행이 벤치마킹 차원에서 시빅뉴스의 운영 상황을 보고 가기도 했습니다.

일주일에 3시간 시빅뉴스에서 일하는 비상근 인턴 학생기자는 5년 간 연인원 400명을 돌파했으며, 종일 근무하는 상근 인턴 학생기자는 5년 간 연인원 100명에 이릅니다. 2명의 인턴 학생들은 시빅뉴스 인턴 수기를 교육부의 ‘현장실습 수기 공모전’에 제출해서 최고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시빅뉴스에서 훈련받은 인턴 중에는 파이낸셜 뉴스, 부산일보, MBC, KBS, SBS, YTN, 뉴스타파, 경남신문, 경인일보 등 중앙과 지역에서 취재기자 혹은 영상기자로 활동하는 인원이 많이 있습니다.

2017 학교기업 현장실습 수기 공모전에서 3명의 수상자가 수상 후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오른 쪽이 시빅뉴스 인턴 출신 김지언 씨다(사진: 김지언 씨 제공)

그동안 시빅뉴스가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점은 경영이었습니다. 교육부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학교기업으로서 일정 부분 학교 지원을 받고는 있으나, 직원 인건비, 인턴 수당, 취재비, 사이트 운영비, 기타 경상비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직원 수를 줄였습니다. 인턴 수당도 낮췄습니다. 가독성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유치해야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여야 광고수익이 증가합니다. 사람들은 유명 언론사의 기사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직접 언론사 이름을 검색하거나 북마크해 놓고 들어와 봅니다. 그러나 시빅뉴스처럼 전국적 지명도가 없는 인터넷신문들은 일반인들이 신문 이름 검색해서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일반인들은 대개 포털에 원하는 검색어를 친 후 걸리는 뉴스를 ‘어쩌다’ 클릭해서 무명의 인터넷신문으로 들어옵니다. 시빅뉴스는 일반인들의 검색어와 시빅뉴스의 제목이 ‘우연히’ 매치돼야 일반인의 클릭이란 보상을 받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목을 소위 ‘섹시’하게 뽑는 일입니다. 시중에서는 이를 ‘낚시 제목’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은 포털에서 제시된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기사를 급조해서 올려 사람들의 클릭을 얻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걸 소위 ‘어뷰징(abusing: 기사의 오용, 남용이란 의미) 기사’라고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가 고객 유치 내지는 판매량 증가를 위해서 제공하는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것도 짭짤한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시빅뉴스는 기자 교육이 설립 목적입니다. 노골적인 낚시 제목을 달아서도 안되고, 어뷰징 기사를 시도해서도 안됩니다. 홍보성 기사는 뉴스가치가 없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시빅뉴스의 원칙입니다. 실시간 검색어 따라가는 기사를 급조해서 즉각즉각 올리자는 유혹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검색어와 연관된 기사를 일부 생산하지만, 좀더 시간을 갖고 기사를 다듬고 자체 인터뷰 등을 가급적 보완해서 사건 발생 수 시간 뒤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 시간 차이가 클릭수를 수만 대로 올리지 못해서 광고수익이 증대되지 못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 인원이 많지 않으니 질적으로 자신있는 콘텐츠로 시빅뉴스가 넘친다는 말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빅뉴스는 낯선 타향 땅에서 노래로 관객을 부르는 ‘버스커’와 같습니다. 우리는 찬바람 매섭게 부는 부산 광안리 바닷가 텅 빈 백사장에서 고상한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는 ‘딸깍발이’ 버스커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잘 되고 있다고 자부할 수는 없어도, 늘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미국이 월남전에 개입하게 된 진상과 전투의 실상을 미국 국방성인 펜타곤이 작성해 놓은 1급 비밀문서가 있었습니다. 닉슨 대통령 시절인 1971년, 이 문서가 내부자에 의해 뉴욕타임즈로 유출됐습니다. 뉴욕타임즈는 9회 분의 시리즈 폭로 기사를 준비했고, 그중 1회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닉슨 행정부는 즉시 시리즈 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 들여 후속 시리즈가 중단됐습니다. 가장 악랄한 언론 탄압인 사전검열(prior restraint)이 현대 미국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후 복사본을 구한 워싱턴포스트가 다시 펜타곤 문서 폭로 기사를 냈고, 두 신문은 모두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이를 ‘펜타곤 문서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 상황을 그린 영화가 최근에 개봉된 <더 포스트>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 폭로 강행을 주장하고, 사주는 주식 공개를 앞두고 경영난을 걱정해서 기사화를 반대합니다. 결국 워싱턴포스트 사주는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게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눈물 속에 기사화에 동의합니다. 법원은 두 신문에 무죄를 선고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금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언론사로 남게 됐습니다.

시빅뉴스는 언제나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약자와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시빅뉴스는 미래 기자 교육에 헌신할 것이며, 국내 언론의 표준이 될 그날을 위해 호시우행(虎視牛行)하겠습니다. 우리는 ‘작은 것도 크게 보는’ 시민언론 시빅뉴스가 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들어야 할 노래를 내일도 버스킹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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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씁니다 2018-03-15 17:27:33
물론 제가 다 알지 못하는 경영상의 문제와 구조적인 어려움도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자화자찬식의 글은 본인과 본인이 속한 집단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경쟁적으로 외형 키우기에만 몰두하는 삼류 언론이 아닌 작은 것도 크게 보는 시빅뉴스를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018-03-15 17:26:11
글을 쓰기에 앞서, 제가 쓰는 글이 특정 대상을 폄하하거나 비방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저는 발행인님 글에도 언급된 소위 '어뷰징 기사'를 보고 이 매체를 접하게 된 사람입니다. 학교기업으로서 기자를 교육하고 역량을 키우는 일을 한다는 취지가 인상깊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기사제목, 빈약한 기사내용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기본적인 맞춤법 실수가 자주 발견되는 등 신뢰성 있는 매체와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었습니다.

경성대졸업생입니다 2018-03-15 13:32:00
제가 학생들에게 들은 시빅뉴스의 실상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래서 펜의 힘이 무섭다고 하나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려지는게 아닙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언론인을 양성하는데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애독자로서한말씀올립니다 2018-03-15 13:26:50
시빅뉴스를 지켜봐 온 애독자로서... 이런 글을 보니 참담하기 그지 없군료... 시빅뉴스를 응원해 온 사람이지만 그간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수준 이하의 기사 내용들을 보면서 그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발행인님께서는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하고, 시빅뉴스를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는 참언론인것처럼 말씀하고 계시는군요. 왜 시빅뉴스가 많은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시지 못한다면 지금의 상태는 지속될 것입니다.. 부디 애독자의 충고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이기사를보니 2018-03-15 14:40:45
왜 아직 저널리즘 스쿨이 없는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