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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성이 애 낳는 기계냐" 반발에 저출산 대책 기조 변경여가부 “여성의 건강과 삶을 중심으로 저출산 대책 재편해야”...정부기관에 개선 권고 / 조윤화 기자
여성가족부는 12일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이 성 평등 관점에서 어긋나는 점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라고 지적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간 내놓아 온 저출산 대책마다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본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정부가 여성의 건강과 삶을 중심으로 저출산 대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12일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에 따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에 대한 개선 과제를 이행하라고 검찰청,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는 여가부가 매년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법령을 성 평등 관점에서 자세히 분석, 검토해 특정 성(性)에 불리한 사항에 대한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여가부는 '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목표가 출산 자체에 집중돼 있어 아동을 출산하는 데 필요한 모성 건강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여성의 생애 주기에 따른 재생산 건강권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는 정부가 이 기본계획의 핵심 목표인 합계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여성을 ‘당연히 출산해야 하는 존재’라고 전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임신, 출산 지원 분야의 성과지표로 제시한 임신유지율은 여성의 재생산을 관리·규제하는 국가주의적 시각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

여가부가 나서서 그간의 저출산 대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네티즌들은 “이제야 방향을 제대로 잡네”, “그동안 알 낳는 암탉 취급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여성에게 있는 게 아니다”, “저출산 문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젠 제발 헛삽질하지 말아라”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처럼,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많은 논란을 일으켜 온 게 사실. 

행정자치부는 재작년 전국 가임기 여성 수를 지도에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공개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사진: 네이버 블로그 캡처).

행정자치부는 재작년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공개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해당 지도는 지역별 평균 출산연령 및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고 가임기 여성 수가 많이 분포한 지역별로 순위를 매겨 논란이 일었다.

행자부는 당시 “국민에게 지역별 출산통계를 알리고 지역별로 출산 관련 지원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고 동기를 밝혔으나, 대다수 네티즌은 “지역별 평균 출산연령을 공개하는 것과 저출산 대책이 무슨 상관이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공개 된 지 채 하루도 안 돼 철회된 바 있다.

이 논란이 채 가시지도 않은 두 달 뒤 개최된  ‘13차 인구포럼’에서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한 보고서가 또다시 논란이 됐다. 문제가 된 보고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결혼 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요인 분석’이다.

해당 보고서는 저출산의 원인은 혼인율 하락 때문이라며, 고스펙을 가진 비혼 여성이 기회비용을 따져 결혼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해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펙’에 대해선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비혼과 만혼, 저출산이 심화되는 이유를 여성이 결혼을 늦게하기 때문으로 본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을 고스펙 여성 탓으로 돌리는 보고서가 공개되자, 여성단체는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으며, 네티즌들은 “국책기관에서 나온 저출산 대책이 여성 ‘하향 결혼’ 선택 유도라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저출산 극복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기존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은 지금”이라며 “출산장려 정책이 기존의 정책을 넘어서서 여성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 정부가 그동안 나온 저출산 대책의 과오를 인정한 만큼 앞으로 저출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취재기자 조윤화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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