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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천국, 불신 지옥" 부산역이 언제부터 포교 메카?...부산 방문 여행객들 "괴로워요"역 바깥 광장에서 벌어지는 포교 활동 단속 어려워…"부산의 첫 인상 나빠져" / 정인혜 기자
지나친 포교 활동에 부산역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부산역 전경(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 철도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부산과 처음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기차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곧바로 메인 로비가 나온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장소인 만큼, 부산역 곳곳에는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흰색, 회색, 파란색이 어우러진 역사는 부산의 현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레는 기색이 가득하다. 다른 지역에 들렀다가 부산에 돌아온 부산 시민들,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 모두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마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다.

메인 로비를 지나면 광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타기 위해서는 꼭 지나쳐야 하는 곳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 사람들의 귀에 느닷없이 생뚱맞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옥 불, 죽음, 북한 등의 단어가 종종 귀에 꽂히지만 정확히 알아듣기 어렵다. 멈춰 서서 자세히 들어보면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구원의 은혜 아래 살게 하시는 나의 목자이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합시다. 구원 받은 백성으로서 가장 비참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지 못해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은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믿지 않으면 우리도 지옥 불에 떨어질 것입니다.”

포교 활동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자신의 종교를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위해 그곳에 서서 소리를 치는 것이다. 선교 활동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혀를 차거나 욕을 하는 사람,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 시비도 번번이 일어난다. “입 닥쳐라” 등의 욕설도 나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소리를 등지고 내려가면 메인 광장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이 골목을 통과하기도 만만치 않다.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종교를 전하는 불청객들 때문이다. “예수 믿으세요”라며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에서부터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 호통치는 사람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팻말을 들고 포교 활동 중인 종교인. 부산역에서도 이같이 소리 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지나친 포교 활동에 부산역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믿음을 강요하고, 과격한 발언으로 불쾌함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8일 오후 부산역. 궂은 날씨에 광장 공사까지 진행 중인 이곳은 왠지 을씨년스러웠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아가씨 예수 믿으세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돌아보니 우비를 입은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비 오는 날씨에도 종교를 전하기 위해 부산역을 찾은 것이다.

부산의 모 교회에서 권사를 맡고 있다는 그는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교회 측의 부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나왔다. 싫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믿음이 없는 가엾은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축복한다”며 “요즘 나라가 어지러운 것도 하나님의 은혜를 못 받은 종자들이 설치고 있기 때문이다. 꼭 예수 믿고 축복 받으라”고 말했다.

“불교 믿으면 안 되나요”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린 그는 콧방귀를 뀌며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났다. 이내 배낭을 멘 젊은 여성 두 명이 그의 타깃이 됐다.

3분여가 지났을까. 두 여성이 풀려났다. 둘은 서울에서 내려온 휴학생이라고 했다. 한 여성은 “40분 전에 부산역에 내려서 역 안에서 밥 먹고 지금 버스를 타러 가는데 포교하는 할머니들께 두 번이나 붙잡혔다”며 “종교를 믿고 싶다는 생각은커녕 솔직히 반감만 더 생긴다. (포교 활동이) 부산역 이미지에도 좋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 측에서도 포교 활동은 골칫거리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에 대한 항의가 접수된다. 포교 활동 신고는 날씨에 비례하는데, 날씨가 좋으면 포교 활동이 늘어나 항의도 늘고, 비가 오는 날에는 포교 활동이 줄어들어 항의도 비교적 적게 접수되는 편이라고.

부산역 관계자는 “솔직히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아 매일 단속을 하는 편”이라면서도 “역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면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역 내 포교 활동은 부산역 소관이지만, 광장에서 일어나는 포교 활동은 구청 소관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쫓아내면 또 오고, 또 오는데 솔직히 관리하기 정말 힘들다. 제발 그만 오셨으면 좋겠다”며 “우리에게도 골칫거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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