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강타한 미투 운동의 표적이 이번에는 정봉주 전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서울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 후보다. 세간에는 ‘BBK 저격수’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프레시안은 7일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피해자는 현직 기자로, 기자 지망생이었던 지난 2011년 정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7년 전 일이다.
A 씨는 당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인기를 얻고 있던 정 전 의원의 강연을 들은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정 전 의원과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A 씨와 정 전 의원은 자주 연락을 했고, 성추행 사건은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정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실형 판결을 받은 뒤 발생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 씨는 프레시안에 “‘감옥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얼굴을 보고 가고 싶다’는 요청에 한 호텔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고,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포옹을 하자며 저를 안더니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제 앞으로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A 씨는 정 전 의원의 서울 시장 출마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그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길 수 없다”며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프레시안에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당초 이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던 정 전 의원은 출마 선언을 연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아침에 (성추행 의혹) 기사가 나서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출마 선언을 연기하겠다”며 “나중에 따로 (출마 선언을 할) 장소와 날짜를 연락하겠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간 방송에서 비친 정 전 의원의 모습과 성추행 폭로에 괴리감을 느끼는 의견이 다수다. 네티즌들은 “까도 까도 끝이 없네”,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정치인들 못 믿겠다”, “안 했으면 안 했다고 하면 되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건 뭐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신청자의 검증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피해자 보호주의, 불관용, 근본적 해결 등 3대 원칙을 기준으로 '권력형 성폭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성폭력 범죄신고·상담센터와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 간의 연동 시스템을 구축해 더 엄격하게 공직 후보를 검증할 것"이라며 "신고센터로 접수된 자가 공천 신청자로 확인되면 심사를 보류하고, 실사를 통해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