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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7): 마드리드도 재개발의 경제논리를 피해가지 못하고...알람브라 궁전보다 서민의 집을 그리는 여성 건축학도가 더 아름답다美~女~文 Amenity, Feminism and Lifeway / 칼럼리스트 박기철
  • 칼럼리스트 박기철
  • 승인 2018.03.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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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총, 균, 쇠>처럼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정복했던 역사와 달리 생태문명 차원에서 이제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사는 문화’의 제안이다.

미감이 없어지는 유럽의 신도심

칼럼리스트 박기철

유럽의 도시들은 대개 고풍스러운 구도심과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심으로 확연하게 갈린다. 구도심을 벗어나 신도심으로 가면 우리 도시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니 그곳으로는 관광객이 가지 않는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도 마찬가지였다. 살라망카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 차창 밖 풍경은 그림같았다. 평화스러운 전원이 아름답게 계속 펼쳐졌다.

그런데 마드리드역으로 도착해서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고층 건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숱하게 보던 모습이라 처음 보는 것이어도 익숙한 느낌(기시감, 旣視感, deja-vu)이 확 들었다. 프랑스 단어로 데자뷔라 하는 기분이다. 구도심에 진입하니 유럽풍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이 펼쳐졌어도 구도심 밖을 벗어나니 아파트 모습이 우리네 구형 아파트와 똑같아서 역시 기시감이 또 들었다. 더 밖으로 나가니 우리네 외곽도시와 똑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대형 쇼핑몰이 있고 최신식 건물이 있는 모습이 너무 익숙했다. 또한 뭔가 큰 건물이 지어질 것같은 공터 모습도 비슷하니 익숙했다. 여기가 고풍스러운 도시로 알려진 마드리드인지 우리나라인지 스페니쉬 글자만 없다면 구분하기 힘들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신도시.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데자뷔)이 넘친다(사진: 박기철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의 신도시.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데자뷔)이 넘친다(사진: 박기철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의 신도시.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데자뷔)이 넘친다(사진: 박기철 제공).
스페인 마드리드의 신도시.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데자뷔)이 넘친다(사진: 박기철 제공).

그런 기시감을 느끼며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왜 옛날 것보다 지금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 신식으로 지어진 것이 고리타분한 옛날 것보다 멋있어야 할텐데 왜 신식 건물은 멋이 별로 없을까?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우리 현대인의 미감은 구도심을 지을 당시에 살던 사람들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지금 사람들은 도시의 예술적 미감보다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니 그런 것은 아닐까? 이제라도 선조들이 했던 것처럼 도시의 미감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미감 대혁명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야 할 때인 듯하다.

 

 

 

미감을 기르고 있는 여행자

내가 대학 다닐 시절에 학과 교수님께서 ‘그라나다’라는 차를 타고 다니셨다. 그라나다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 사실 만으로도 부자 교수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그라나다는 한국인에게 고급스러운 무언가로 알려졌다. 그런데 막상 그라나다라는 곳을 오게 되니 그것은 하나의 허상임을 알게 되었다. 그라나다는 그냥 스페인의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일 뿐이다. 다만 무슬림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며 살다 끝까지 있었던 곳이고 1492년 그라다나에 있는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을 물러나며 그들의 역사는 사라지게 되었다. 알람브라 궁전도 우리 한국인에게 뭔가 허상적인 무엇이다. 알람브라 궁전이라는 아름다운 클래식 기타 연주곡은 그런 허상을 더욱 극대화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래서 뭔가 더 대단한 궁전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그런데 전 세계 숱하게 많은 수많은 궁전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알람브라 궁전은 산 위에 세워진 하나의 요새이며 성이었다. 그 곳에서 있었던 무슬림 왕족들의 희한한 이야기는 숱하게 존재하는 이야기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페인 역사를 전반적 맥락 속에서 알아야 할 것이다. 관광 가이드나 관광 안내 책자의 단편적 설명이나 인터넷에 올려진 글들을 보고 알게 되면 파편적 지식만 알게 될 뿐이다.

내가 그라나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알람브라 궁전이 아니었다. 궁전의 아래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여성이었다. 나이가 24세이니 소녀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인이라 하기에도 어리다. 이름이 에카테리나(Ecaterina)라고 했다. 이름에서 슬라브족의 느낌이 물씬하다. 역시 러시아 옆의 루마니아에서 왔다고 한다.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했다. 스페인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머물다 앞으로 네덜란드(Holland)의 델프트(Delft)로 가서 공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루마니아에서 온 에카테리나 양은 스페인 건축물들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그녀의 미감은 그녀를 훌륭한 건축 디자이너로 만들 것이다(사진: 박기철 제공).
루마니아에서 온 에카테리나 양이 스케치하고 있는 대상인 스페인 건축물(사진: 박기철 제공).
루마니아에서 온 에카테리나 양이 스페인 건축물들을 스케치한 그림(사진: 박기철 제공).

건축학도인 그녀는 여기서도 건축 공부를 하고 있었다. 비록 그림을 그리지만 그 그림이 바로 건축 그림이 때문이다. 그녀는 허름하면서도 아름다운, 지저분한 듯하면서도 멋스러움이 풍기는 서민 집들을 여러 점 그리고 있었다.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다. 그녀가 지금 그리는 그림들은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는데 매우 큰 공부가 될 것이다. 그녀는 지금 느끼며 키워 가는 미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미감있는 건축 디자인을 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이라크 태생의 영국 여성 건축 디자이너 하디드(Zaha Mohammad Hadidㅡ 1950~2016) 이름을 대며 앞으로 에카테리나는 그렇게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것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에카테리나와의 만남은 알람브라 궁전을 뻔하게 보는 것보다 뜻밖의 세렌디피티가 살아있는 만남의 기회였다. 나는 미감이라는 것이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지 그녀를 통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칼럼리스트 박기철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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