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등돌린 총리를 맞이할 순 없다
상태바
민심이 등돌린 총리를 맞이할 순 없다
  • 취재기자 하봉우
  • 승인 2014.06.19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메모>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에 부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대단원을 향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문후보자는 "내가 왜 친일 반민족주의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민심은 물론, 당심(새누리당)과 청심(청와대)이 모두 그에게서 떠난 것이 확연하게 감지된다. 남은 것은 어떤 모양새로 그를 낙마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문 후보자에 대한 가장 뜨거운 논란의 촛점은 그가 2011년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한 특별강연이었다.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남북 분단을 만들게 해주셨어. 그것도 지금 와서 보면 저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봐요.” 3년 후 이 발언은 재상의 길에 나선 그의 발목을 세차게 잡아챘다. 역사인식 및 국가관에 대한 문제제기와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과 글은 이외에도 많다.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는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조의 발언을 했고, 2005년 중앙일보에는 우리의 힘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감쌀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게 사과를 안 받아도 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또한 일본을 이웃나라로 만든 것은 하나님께서 내린 지정학적 축복이고 8·15광복 역시 하나님이 해방을 가져다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장교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 대학원에 재학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공무원 구조에서 대통령 다음인 제2인자로서의 서열을 가지며,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를 일상적으로 보좌하는 지위를 가진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가 있을 때 제1순위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 이처럼 중요한 직책 및 역할을 맡을 인물이 ‘친일’이라는 비난을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다.

그것은 과거일 뿐 현재의 모습이나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문 후보자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도 신문사 기자 생활, 유관단체장 역임 등 역량과 경험을 쌓아온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의 발언 또한 이 과거에 포함된다.

과거를 중시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한국사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에 성장과정이나 학창시절 항목을 채울 필요도 없다. 오늘이 내일을 만들 듯 과거가 현재를 만드는 것이다.

문 후보자의 이같은 과거 발언은 역사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한국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일본 아베 정권은 위안부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어떻게든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 않은가. 문 후보자가 만일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가 된다면 우리 정부는 일본이 "귀국의 총리께서도 위안부 문제가 없다고 하시지 않았냐"고 나올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사과한 담화다. 일본의 아베내각은 고노 담화가 사실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의 물밑 협상을 거친 정치적 산물이라는 내용을 넣은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를 자국 국회에 제출해 고노 담화를 전면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할 때 문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별개로 만약 국무총리에 임명되더라도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생길 때 이와 같은 역사관을 가진 문 후보자가 국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물론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 및 해명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모습조차 비난을 받는 모양새다. 변명으로만 들린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어떤 직책에 어떤 인물이 인선되면 그 인물과 관련된 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 부적절한 발언이든 비리든. 그 뒤에는 해명을 한다. 그러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러면 사퇴를 한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인선을 하는 사람이 잘못된 걸까, 인선을 받는 사람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인선자를 깎아내리는 사람이 잘못된 것일까. 이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만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그것을 실수로 보지 않고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면 그러한 분위기에 수긍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문 후보자도 생각이 많을 것이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선택은 본인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이제 그 시간이 얼마 안 남은 듯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