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기도 "진부한 것은 싫다" 모디슈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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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기도 "진부한 것은 싫다" 모디슈머 탄생
  • 취재기자 김도란
  • 승인 2014.06.1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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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비빔면=>골빔면 등 개성적 레시피 추구

원가 3,700원에 시간 5분 10초. 한 음식이 이렇게 저렴한 가격과 짧은 조리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에 한 TV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이 놀란다. "우와! 이게 뭐예요?" 색다른 요리에 놀란 출연진들이 묻자, 인기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은 "이 요리의 이름은 ‘골빔면’이에요"라고 말한다. 골빔면의 조리방법은 비빔 라면의 면을 먼저 삶은 뒤 골뱅이를 반 통조림만 넣고 비빔 라면의 액상수프를 넣어 같이 비벼주는 것이다. 출연진들은 간단한 조리방법에 한 번 놀라고 그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이 프로의 메인 MC 유재석은 일반적인 골뱅이 무침과 무엇이 다르냐는 게스트의 질문에 "맵지 않고 달콤해요. 소면이 아니라 라면이 들어있으니 더 꼬들하고 맛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먹을 생각을 못 했지?"라고 말한다.

▲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2013년 5월 16일 방송분 캡쳐 화면

이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KBS 2TV <해피투게더-야간매점>에 등장한 골빔면을 소개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야간매점>은 매주 스타들이 출연해 자신만의 참신한 요리를 소개하는 코너로, 방송이 종료되면 새로 소개된 음식들의 이름이 실시간 포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화제가 된 음식으로는 ‘비빙수’, ‘골빔면’, ‘지성 만두밥’ 등이 있다. <야간매점>의 시청자들은 이러한 음식들을 직접 따라 만들거나 응용하여 더욱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부경대에 재학 중인 이예은(25) 씨는 즉석 만두와 즉석 밥을 큰 그릇에 넣고 비벼 간장소스로 간을 해 먹는 지성 만두밥에 간장 대신 즉석 짜장 소스를 넣어 먹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다. 이 씨는 “즉석 식품 세 개로 그럴싸한 짜장밥이 만들어진다. 가격도 정말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엔 식품제조업체에서 제시한 방식을 따르지 않고 소비자가 새로운 조리방법을 고안하여 자신만의 레시피로 새로운 음식으로 재창조하는 ‘모디슈머’들이 많아지고 있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라는 뜻의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식품 제조업체에서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기성 제품을 새롭게 요리해 먹는 소비자를 말한다.

작년 여름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치즈, 그리고 삼각 김밥을 함께 먹는 ‘불닭볶음면’ 레시피가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었다. 불닭볶음면을 반쯤 먹고 난 뒤 남은 소스에 삼각 김밥과 치즈를 넣어 전자레인지에 1분 데워 먹는 이 레시피는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 사는 김유진(21)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 씨는 “불닭볶음면을 사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치즈랑 삼각 김밥도 함께 사간다. 아무래도 SNS상에서 화제가 됐던 이 레시피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불닭볶음면 레시피가 인기를 끌자 편의점에서는 불닭볶음면과 치즈, 삼각김밥을 세트로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 취재기자 김도란)

연예인들이 자녀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아빠 어디가>에서 등장한 ‘짜파구리’는 모디슈머가 생겨난 시초로 알려져 있다.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조리하는 짜파구리는 다양한 연령층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짜파구리의 높은 인기는 실제 음식점 메뉴로 발전했다. 짜파구리를 요리해서 파는 음식점들이 생긴 것이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허지민(21) 씨는 부산 북구 덕천동에 있는 ‘캠핑락’이란 음식점에서 밥을 먹다가 음식 메뉴판에 짜파구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허 씨는 “집에서 즐겨 끓여 먹었던 짜파구리가 실제로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여기서 먹는 게 집에서 내가 끓여 먹었을 때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짜파구리에 대한 많은 사람의 관심에 대해 농심의 한 관계자는 "출시 이후 30여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장수 인기 라면인 너구리와 짜파게티가 이색조리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농심 라면이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고유의 맛이든, 색다른 맛이든 소비자들에게 계속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시 내일동에 거주하는 장모(24) 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로 ‘들깨 칼국수’를 소개한다. 들깨 칼국수는 농심의 ‘멸치 칼국수’ 라면에 들깻가루를 넣어 끓여 먹는 것으로 칼국수가 콩국수처럼 걸쭉해진다. 장 씨는 “들깨가 들어간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데, 평소 좋아하는 라면에 들깻가루를 넣어봤더니 맛있어서 그 후로 즐겨 먹게 됐다”고 말했다.

모디슈머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금오공과대에 재학 중인 천모(24) 씨는 군대에서 즐겨 먹었던 ‘스팸 뽀글이’를 지금도 자주 먹고 있다. 스팸 뽀글이는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라면을 익힌 뒤, 스팸을 넣어 먹는 음식으로 군대에서 인기가 많다. 천 씨는 “군대에서 특히 많이 먹었던 스팸 뽀글이가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집에 먹을 게 마땅치 않으면 가끔 만들어서 먹는다”며 “건빵에 우유를 넣어 불려먹는 건플레이크도 자주 해먹는다”고 덧붙였다.

모디슈머는 음식뿐만 아니라 화장법에도 나타난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협성대에 재학 중인 한민지(21) 씨는 건성인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찾다가 파운데이션에 수분크림을 섞어 바르는 자신만의 화장법을 만들게 됐다. 한 씨는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찾기가 힘들어서 나에게 있던 제품을 섞어서 써봤는데 화장이 뜨지도 않고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대 식품영양학과 오초롱 외래교수는 소비자가 제품에 제시된 방법대로 쓰기보다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모디슈머를 창의적이고 좋은 현상이라 평가한다. 오 교수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철학 등 많은 것들이 재창조된 레시피에 묻어나는 것 같다. 질리기 쉬운 간편 조리 식품을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조리함으로써 그럴듯한 음식이 탄생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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