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학생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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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대학생도 예외일 수 없다
  • 황무경
  • 승인 2013.01.16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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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상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 수업을 듣고 5시 20분에 경성대학교 앞에 있는 사설 학원에서 토익 강의를 듣는다. “매일 아침 9시까지 학교가는 일이 정말 힘들고 피곤하지만 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라고 이 학생은 말했다.

그리고 80분 동안의 수업이 끝나면 이 학생은 바로 연산동에 있는 피자가게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은 대략 10시에서 11시 사이 쯤. 원래 아르바이트 시간은 10시까지이지만 종업원 수에 비해 손님이 많아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집에 도착하면 12시 쯤. 새벽 1시쯤에 잠들어 아침 7시면 일어나는 것이 올해 3월부터 이 학생의 일과가 되었다. “잠이 모자라 너무 힘들지만 학원이나 아르바이트 중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가 없다. 당장 내년에 졸업을 하는데 취업을 하려면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도저히 혼자서는 공부가 되지 않아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가 없다”라고 학생은 말했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대학생 1,092명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영어공부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58.3%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자격증 공부를 한다는 사람이 55.7%로 2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23.2%로 3위를 차지했다.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은 독학이 응답자의 56.0%로 1위를 차지했지만, 학원 이 응답자의 25.9%, 인터넷 강의가 응답자의 20.1%, 과외는 응답자의 1.7%로 나타나 합치면 응답자의 47.7%가 영어 공부 방법으로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의 2008년 3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학생 사교육비가 36만 8300원으로 중, 고등학생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10월 대학생 1518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교육 현황조사’ 결과 조사 대상 대학생 51.8%가 사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윤정 씨는 현재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영어 회화가 취업을 하거나 외국인과 만났을 때 꼭 필요하지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윤정 씨는 “학교에 학원처럼 원어민 한 명과 학생 몇 명이 모여서 소규모 그룹 토론을 하는 형식의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송화 씨는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 미국 시트콤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은 그녀에게 영어 회화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송화 씨는 “저는 의지가 약해서 혼자 영어 공부를 하는게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학원을 다니면 매일 영어공부를 하게 되니 적어도 실력이 퇴보되는 건 막을 수 있겠죠. 그래서 학원을 다니는 게 좋은 것 같긴 한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가 전공 강의를 영어로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대학에서 전공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경성대학교 또한 전공 강의 중 몇 개는 영어로 수업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해 김윤정 씨는 “전공 과목을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영어로 공부를 하려니 이중으로 힘들다. 오히려 전공도, 영어도 확실하게 잡을 수가 없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송화 씨는 “영어로 전공 강의를 하는 것의 취지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어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영어 실력이 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회화 위주의 수업을 더 듣는 것이 오히려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재영 씨는 “중, 고등학생 사교육과 대학생 사교육의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둘은 같은 맥락에서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스스로 그 문제를 소화시키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영어 강의를 늘리고 전공을 영어로 강의 하되 영어 문법을 배우는 강의를 개설해 두 수업을 병행하여 들을 수 있게 한다면 영어 전공 강의의 취지도 살리고 사교육도 줄일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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