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준 평화 불씨 '한반도 비핵화'로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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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준 평화 불씨 '한반도 비핵화'로 살려야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2.2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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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이후 (2)] 남북 관계 진전 가능성 보여...정부 '북미 대화' 성사 위한 중재 적극 나설 때 / 신예진 기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17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25일 폐회식 당시 모습(사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개막 전만 해도 제대로 치러질까 세계가 우려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됐다.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언급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정부는 올림픽의 진정한 가치인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냈다. 이젠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날아온 평화의 불씨가 맹렬히 타오를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막바지 준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걸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북한은 '핵전쟁'을 언급하며 연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도 질세라 초강도 압박에 나섰다. 북한의 도발고 미국의 압박이 반복되자, 세계가 긴장했다. 프랑스 등 일부 서구 국가 선수들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한국행 티켓을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를 약 두 달 앞두고 국면이 전환됐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자 남한이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 근 2년 만의 남북 대화였다. 판문점 연락 채널의 개통을 시작으로 올림픽에서 남북의 공동 입장과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정확히 올림픽 개막 한 달 전이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9일 진행된 개막식에서 “남북 공동 입장은 세계를 향한 강력한 평화 메시지"라고 희망을 짚었다.

올림픽 개최 시점 이후에도 남북 접촉은 꾸준히 진행됐다. 북한은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했다.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김정은의 친서와 함께 평양 초청 인사를 전달했다. 25일에는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도 방남해 폐막식을 관람하고 문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

세계가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를 주목했지만, 한국은 일부 보수 진영의 남북 대화 반대에 한때 흔들리기도 했다. 남북 화해 과정을 놓고 ‘평양올림픽’이라며 재 뿌리기에 나섰던 것. 이들은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들고 응원한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단일팀으로 기회를 잃었다”, “북한을 위한 정부”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덩달아 보수 정치권에서도 ‘평양 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올림픽을 힐난했다. 그러나 여론은 크게 휩쓸리지 않았고,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지난 2월 9일 남북 대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사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남북 평화의 바람을 타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도 발 빠르게 나섰다.  개성 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북 신청서를 냈다. 비대위는 “개성공단에 두고 나온 공장과 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4차례나 방북 신청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해 군통신선과 경의선 육로와 하늘, 바닷길이 열리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을 봤다“며 방북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바람처럼 올림픽 이후의 남북 접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평창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나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의지를 언급했다. 자리에 있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관계 개선 의사를 내보였다. 26일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장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균형 있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남북 관계의 진일보를 위해서는 정부 앞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 정책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북미 회담이 필수적이고 한반도 비핵화만이 궁극적으로 북미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 아직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 관계의 개선은 정부가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 미국은 북이 비핵화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대화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아버린 상태다. 폐회식에 참석한 이방카 미 백악관 선임고문은 백악관은 이날 김영철 부위원장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대화 결과가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포석도 눈에 띄고 있다. 

북미 대화를 중재해야 할 우리 정부는 북미간의 균형점 찾기에 돌입했다. 북한에는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고, 미국에는 대화의 문턱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식이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류옌둥 중국 부총리를 접견해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문제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을 어떻게 평가할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창올림픽은 상업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모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인 김영철 부장이 북미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미국도 처음에는 비핵화 '행동'을 요구하다가, '의지'를 강조하는 등 수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가운데 남북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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