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체포하라는 사람들...세계질서 급변하는데 대한민국은 이념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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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체포하라는 사람들...세계질서 급변하는데 대한민국은 이념전쟁 중
  • 편집위원 이처문
  • 승인 2018.02.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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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지난 주말 저녁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서울 종로5가 뒷골목의 막걸리집을 찾았다. 대로변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김영철 방남 규탄’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었다. 사거리에서 좀 떨어진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도 “전범 김영철을 체포하라”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려왔다.

옆 테이블 젊은이들의 화제도 김영철이었다. “뭐 땜에 저러지?” “김영철 왔다고 저러지.” “김영철이 누군데?” “북한 대표단.” 젊은이들의 문답은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대한애국당이 주최한 '김영철 방남하는 평양올림픽 반대' 집회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그들은 우리 일행을 흘끔거리며 목소리를 죽이는 눈치였다. ‘꼰대’ 모습의 남자 여섯이 나타났으니 혹시 말을 잘못했다가 봉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이 “남북대화조차 거부하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이냐”며 시위대를 비판하자 젊은이들의 경계심도 조금 풀리는 눈치였다.

중국의 실리주의 외교 정책을 압축하는 말이 구동존이(求同存異)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2016년 9월 중국에서 열린 G20 회의 때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양국이 구동존이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양국 관계는 사드 문제로 살얼음을 걷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구동존이를 언급한 것은 선경후정(先經後政)의 포석이었다. 뜨거운 정치 문제는 일단 놔두고 먼저 경제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굽히진 않지만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화하자는 거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전쟁을 벌이면서도 서두르는 법이 없다. 군사력 증강은 물론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공을 들인다. 결정적 시기에는 경제력으로 주변국을 들었다 놨다한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 국가를 원수처럼 대하지도 않는다.

2013년 시진핑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는 이미 10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오는 2049년까지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 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연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마냥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았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려는 구상이다. 미국부터 일본, 호주, 인도까지 인도양과 태평양을 이어 중국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는 해양봉쇄선을 만들자는 것이다.

유럽도 중국의 굴기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독일은 중국의 일대일로가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보편적 기초 위에 서있지 않다는 이유로 ‘감성적’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유라시아와 태평양의 양대 세력이 맞서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수 야당은 오늘도 흘러간 이념 공세의 레코드를 틀고 있다. 그러면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긴급체포해서 군사법정에 세우라고 요구한다. 2014년 판문점에서 그들이 김영철을 환영했던 것과는 판이하다. 평창이 평화 올림픽의 상징으로 세계에 알려지는 순간, 그들은 통일대로를 가로막은 채 국민들이 어렵게 쌓아올린 평화의 열매를 걷어찼다.

개방 경제 시스템인 우리나라는 국제질서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멀리 있는 미국과의 동맹도 중요하지만, 가까이 있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사드 파동에서 우리는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신체제와 공존하는 시기에 외교 전략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구동존이를 꺼내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영철이 전범이고, 김정은이 전범이면 한국전쟁 때 인민군을 보내 우리를 공격한 중국 수뇌부도 전범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수뇌부도 모두 체포해야 한다는 건가.

국회 운영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 위원장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방남 관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출석을 요구하며 정회하자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다. 정치체제는 다를지라도 경제는 통할 수 있다. 개성공단 문을 닫아 우리가 과연 무얼 얻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통일을 추구하되 다름을 윽박지르지 않고 유보해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과의 관계를 끊어 일시적 통쾌함을 만끽한들 경제적 외교적 실익이 없다면 그건 실패한 전략이다.

북한을 우리식으로 길들이겠다는 사고 또한 순진한 발상이다. 로베르트 무질은 "유토피아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역설했다.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세워놓고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목표 때문이 아니다. 다만 이념 전쟁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매진해왔기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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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쿤 2018-03-13 15:06:22
대화를 해야 뭔가 풀리지 않겠냐? 그렇다고 어떤 전제도 없이 대화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 없고 어떤 조건이 되어도 상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대화를 해야 한다.대화를 위해서는 상호 배려가 필요한데,어느 한쪽은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지들 멋대로 하고,다른 한쪽은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것을 탓하는 것이다.

중국엉 2018-02-27 14:24:28
하지만 중국편에서면 우리나라 6.25시대로 과거희귀함 ㅋㅋ

미국의편에 무조건 서야 일단 먹고살수있는건 현실 중국타령절대하면안되죠

ㅁㄴㅇ 2018-02-26 20:15:24
ㅇㅇ 천안함 폭침 주범 빨갱이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