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회식 조우한 이방카와 김영철 눈도 안맞췄지만 물밑 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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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회식 조우한 이방카와 김영철 눈도 안맞췄지만 물밑 대화 주목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2.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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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美 후커 보좌관 접촉 가능성...자유한국당은 김영철 저지 밤샘 농성 / 윤민영 기자
25일 오후 8시에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이 열렸다. 폐회식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이방카와 김영철을 포함한 귀빈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 KBS 올림픽 중계화면 캡처).

'불편한 관계'가 한 자리에 모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영철 부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지근거리에 자리를 함께 했던 것. 이들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을 귀빈석인 VIP 박스에서 함께 관람했지만 인사는 물론 끝내 눈길을 교환하지 않았다. 

폐회식이 진행되기 전부터 두 사람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9일 개회식 행사 때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 상임위원장은 인사를 나누지 않고 서로를 외면한 바 있어 이번엔 어떤 모습이 연출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방한한 이방카는 방한 첫 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방카는 이 때 대북 제재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주재로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하는 등 국빈급 대우를 받은 이방카는 방한 다음날 미국 선수단의 올림픽 경기를 관람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방한 전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해군 46명이 사망했던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영철은 25일 오전 9시 49분 경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했다. 북한 조선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과 수행원 6명을 대동한 김영철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지났다. 김영철 일행이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시각은 4분이 지난 9시 53분. SBS 뉴스에 따르면, 김영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 "방남 소감이 어떤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지나쳤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철 방남에 항의해 24일 저녁부터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을 봉쇄해 밤샘농성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 등 90여 명의 의원과 당직자, 당원 등 수백 명이 농성에 참가한 자유한국당은 북한 대표단이 통일대교 동쪽의 전진교로 우회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오전 11시께 16시간 만에 농성을 풀었다. 자유한국당은 25일 오후에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도 25일 오후 3시 경 청와대 앞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이 김영철이라는 사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 발표는 김영철을 비호하는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여는 등 김영철 방남에 대해 청와대에 강하게 항의했다. .

한편 이번 폐막식을 전후로 북미간 접촉 여부를 둘러싸고 큰 관심이 일고 있다. 

그 동안 백악관은 이방카 방한 기간 중 북미 대표단끼리의 접촉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따라서 폐회식은 두 사람이 유일하게 조우할 수 있는 순간인 셈.  폐회식이 시작되기 전, 문재인 대통령은 VIP 박스에서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때 이방카와 김영철이 제법 가까운 위치에 있었지만 두 사람의 인사는 없었다. 

그러나 방남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에는 북한 외무성 내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부국장이 포함돼 있어 이방카를 비공식 수행한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과 실무선에서 극비리에 실무 접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 현충원에 위치한 천안함 46용사 묘역.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강현구 용사의 묘비에 놓여진 조화에 나비 두마리가 앉아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김영철 방남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입장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이방카가 됐던 누가 됐던 간에 김영철과 인사를 나누는 것 자체는 군인이기 이전에 국민 46명을 죽인 전쟁 범죄자를 받아들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북한 관계자라 하더라도 인사는 해야 하지만 그 관계자가 김영철이라면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방카와 김영철 두 사람이 그래도 인사는 나눴어야 했다는 의견을 낸 네티즌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는데 한국당이랑 일베들은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냐”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국도 북한이 아무리 싫어도 인사는 해주고 대북 제재를 더욱 압박해 평화적으로 갑의 위치를 되찾는 성숙함을 보여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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