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영화감독 조근현이 구설에 휘말렸다. 논란이 커지자 조근현은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근현의 성희롱은 한 신인 여배우의 폭로로 수면 위에 올랐다. 앞서 여배우 A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근현 감독이 자신에게 던진 성희롱 발언을 공개했다. 그는 조근현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 오디션장에서 이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당시 A 씨는 약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미팅에서 20여 분 뮤직비디오 관련 이야기를 나눈 뒤에 나머지 시간은 조 감독의 음담패설과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조근현은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고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군에서 여자는 연기력보다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어 그는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등 성성납을 종용하는 듯한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할 말을 잃은 A 씨 앞에서 조근현은 자신이 아는 여배우의 상황이라며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A 씨에 따르면, 조근현은 “여배우 K가 특출 나게 예쁜 것도 아닌데 배우를 어떻게 한 줄 아냐. 대학교에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자고 다니기로 유명했다”며 “내가 보기에 K는 여배우로서 여러 성향의 남자를 공략하는 공부를 한 거다. 모 영화 오디션 때 K가 ‘이딴 유치한 거 안 한다’고 대본을 집어던지고 나갔는데, 감독이 따라 나가서 ‘어디가 유치하냐’고 묻자 K가 ‘이딴 유치한 거 시키려면 차라리 나랑 한 번 자든지’라고 했다더라. 너라면 그 상황에서 그럴 수 있겠니”라고 말했다.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이다.
이후 조근현은 A 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이어진 뒤 나온 사과여서 진심이 담긴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근현은 A 씨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상황이 어찌됐든 그 미팅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나름 좋은 가치를 추구했고,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처를 준 셈이 되었으니 무척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영화에 폐가 될까 두렵다는 게 그 이유. 조근현은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며 “영화가 개인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포함된 까닭에 내 작은 실수가 영화를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근현은 <장화 홍련>(2003), <인어공주>(2004), <형사: Duelist>(2005), <음란서생>(2006), <마이 파더>(2007), <라듸오 데이즈>(2007), <1724 기방난동사건>(2008),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 <후궁: 제왕의 첩>(2012)에서 미술감독을 맡았으며, 영화 <26년>(2012), <봄>(2014), <번개맨>(2015), <흥부>(2017), <오즈 온 더 문>(2017)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
현재 영화 <흥부> 제작사 측은 조근현을 모든 영화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했으며, 배급사 측도 조 감독과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