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은 무늬만 블라인드 채용?...자격증으로 얼굴 보고, 졸업 증명서로 학력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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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은 무늬만 블라인드 채용?...자격증으로 얼굴 보고, 졸업 증명서로 학력 검증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2.2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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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민간기업 5곳 중 1곳 ‘블라인드 채용하겠다’ ... 입사지원서와 증빙서류 동시 제출 요구 시 블라인드 채용 본래 취지와 어긋나… / 조윤화 기자
지난해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에 대한 현장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더팩트 임세준 기자, 더팩트 제공).

본격적인 상반기 채용을 앞두고 상당수 민간 기업에서 채택한 블라인드 채용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 과정에서 누구나 출신 학교, 지역, 외모 등에 대한 편견 없이 평등한 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신체 조건이나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는 채용방식을 뜻한다. 공공기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채용 방식이 의무화됐다. 

블라인드 채용은 문재인 정부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제도이다. 설 연휴 첫날 문재인 대통령은 취업준비생과 공중보건의 등 각 분야의 11명의 시민과 전화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취직을 한 유슬이 씨와 전화 통화를 하며 "출신지와 부모 고향, 대학 이름 등을 밝히지 않고 시험을 치르다 보니 비수도권 출신 여성 인재가 더 많이 채용됐다"며 "민간기업도 이 제도를 시행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은행권의 채용 비리에 관한 문제를 언급하며 “금융권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은 출신 학교나 지역, 스펙을 보지 말고 실력과 업무 잠재력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블라인드 채용 같은 공정한 채용제도를 시행하라”고 말한 바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되지 않은 민간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22일 민간기업 22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섯 개 기업 중 한 곳(20.7%)은 “올해 블라인드로 채용할 예정"이라 답했다. 이는 지난해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한 민간기업이 9.5%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다수의 민간 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을 자율에 맡겨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은 면접 때 개인의 인적사항을 숨기고 최종합격자에 한해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간 기업들은 입사지원서와 증빙서류를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해 얼굴이나 학력과 같은 개인의 인적 사항을 면접 전에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입사지원서에 개인의 인적사항은 블라인드 처리하지만 사진이 부착된 자격증을 통해 얼굴을 미리 확인하거나, 졸업 증명서를 통해 학력을 미리 파악하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달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했다는 이모(28) 씨는 대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는 추세에 따라 올해 채용은 블라인드로 실시했지만 차후에 다시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것이 번거로워 입사지원서와 함께 증빙서류를 요구했다”며 “입사지원서에 기재되지 않은 학력 사항을 졸업증명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최근 채용을 진행한 관련 업계 인사담당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덧붙였다. 이 때문에 민간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채용 과정에서 면접의 비중은 이전보다 더 커졌다. 취업준비생들은 면접관들로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표정 성형'을 하는 등 외모 스펙 쌓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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