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이 좋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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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좋아야 한다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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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양면성

이 세상은 돈에 얽히고설키어 돈 때문에 돌아갑니다. 돈! 뭐니 뭐니 해도 뭐니(money)가 최고란 말이 있듯이 돈은 참 좋은 것입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제 철없는 딸도 돈이 한번 실컷 있어서 백화점에서 명품을 마음껏 사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더군요. 길거리의 거지도 로또에 당첨되어 돈이 굴러 들어온다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돈만 생기면 머리가 텅텅 빈 사람도 졸부일지언정 떵떵거리며 살 수 있습니다. 돈은 인생을 역전시키는 막강한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돈의 막강함 이면에는 더 막강한 뜻이 숨어 있지요. 돈은 그만큼 막강하면서도 하잘 것 없는, 그만큼 하찮은 것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개나 소나, 하물며 닭이나 돼지까지, 아무·누구나 돈 벼락만 맞으면 팔자가 확 펴지니까 말이지요. 그러니 돈이란 게 얼마나 막강하면서도 시시합니까? 그래서 돈은 드라마틱하게 벌 수는 있어도 돈 그 자체는 드라마틱하지 못합니다.

돈의 위험함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과 같은 영리조직이든 대학과 같은 비영리 조직이든 돈만 많으면 그 조직은 아주 활기차게 됩니다. 많은 돈으로 경영자는 근사하게 최첨단 건물을 지어 최신식 시설로 꾸밀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은 생각이 모자란 경영자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조직에 있어서도 돈이란 게 얼마나 막강하면서 시시한 것입니까? 돈은 막강함과 시시함 이면에 또 더 커다란 얼굴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돈의 위험함입니다. 복권당첨으로 돈 벼락 맞은 사람이 오히려 행복하게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조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요. 특히 교회와 같은 비영리조직에서 돈은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돈이 많아져서 조직이 파탄난 사례도 많습니다. 즉 바른 생각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일 수 있습니다.

돈보다 생각

대학에 돈이 많아서 장학금을 많이 주고 시설을 좋게 하면 더욱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이 전혀 틀리진 않지만 착각일 수도 있지요. 돈에만 의존하는 교육을 하다가 돈이 안 들어올 때에는 어떻게 될까요? 학생은 떨어져 나갈 것이며, 시설은 낡아져서 소용없게 될 것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므로 돈이 돈을 낳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지식, 더 나아가 사고를 추구하므로 머리가 머리를 낳습니다. 따라서 대학은 돈으로써만 교육 품질을 좋게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요.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게만 적당히 있으면 족합니다. 단 돈 감각은 있되 돈 욕심은 버려야지요. 욕심을 가진다면 압축된 에너지로서의 높고 큰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대학(大學)입니다. 대학은 돈으로 발라진 최신의 시설이 아니라 내공으로 다져진 최고의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이 장학금이 아니라 큰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대학에 오고 싶어야 합니다. 교수는 칠판과 분필만으로도 학생에게 큰 깨우침을 주어 스스로 대학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높은 생각 없이 생기는 많은 돈은 하룻밤 파티의 독한 술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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