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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실현해야 할 남북 정상회담... 5년 뒤 문대통령이 개마고원 트래킹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논설주간 강성보
논설주간 강성보

문재인 대통령의 버킷 리스트엔 개마고원 트래킹이 우선 순위에 있다고 한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개마고원을 자신의 발로 걸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방남한 북한 대표단 일행을 맞이하는 자리에서도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두 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다. 또 “집에 (일본 작가가 촬영한) 개마고원 사진을 걸어놨었다”면서 “그게 이뤄질 날이 금방 올 듯하더니 다시 까마득하게 멀어졌는데 이렇게 오신 걸 보니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문 대통령은 피난민의 아들이다. 함흥에 살고 있던 그의 선친이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미군 함정을 타고 월남, 거제도에 정착해 그를 낳았다. 따라서 선친이 살아 계실 때 지속적으로 전해준 언어를 통해서이든 아니든 간에 그의 의식 속에는 북한 땅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깊숙히 숨겨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개마고원 트래킹을 버킷 리스트에 담아 둔 것은 분단의 역사를 극복해야 한다는 우리 민족의 대의(大義)에다 이런 자신의 개인적 가족사가 오버랩되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청와대를 예방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와 함께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용의가 있다”는 초청 의사를 받아들고 내심 크게 기뻐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수락 의사를 표명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김정은의 이번 친서는 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한 화답의 성격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중첩되어 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동전선에서 한국이 일탈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워싱턴의 여론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의 잇단 대남 화해 제스처를 곱게 보고 있지 않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현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는 “평양이 서울을 향해 ‘썩은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고, 서을은 그것을 잡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평창을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과 대면조차 않고 자리를 뜬 것도 워싱턴 심기의 일단을 나타낸 것으로 보는 게 옳다. 한국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백악관 측이 “(미국과 북한의) 상호 무관심의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펜스가 문 대통령 초청 리셉션을 거부하고 자리를 뜨는 과정을 TV로 목도한 한국인들은 “아무리 미국이지만 너무한 것 아니냐”, “외교적 결례도 이런 결례가 없다”, “옹졸한 협량(狹量)의 극치”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가 보장되거나 전제되지 않는 남북관계 개선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부분 외교 전문가들은 “과거 1, 2차 남북 정상회담과는 달리 이번 3차 회담은 미국 변수가 사실상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정상회담에 동의할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평양 초청장을 받아들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보자”라고 단서를 붙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생존을 위해 결코 전략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전제없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사는 불가능할 것이며, 이번 동계 올림픽 후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미국과 북한이 겉으로는 이처럼 거칠게 나오고 있지만 물 밑에서는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북미간 뉴욕 채널, 스톡홀름 채널이 풀가동되고 있다는 첩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북미대화, 남북대화의 전제 장치로 두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선입견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외교라인의 한 핵심 간부는 “비핵화를 대북 협상의 입구에 놓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서 “북미, 남북 등 다각적인 대화의 물줄기가 모이는 출구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치해두는 게 옳다”고 말한 바 있다. 우선 북한의 선(先)행동을 압박하는 대신 관련 당사국들의 동시 행동을 제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동시 행동의 해법을 찾는 것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임한 문재인 행정부에게 맡겨진 책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림픽 이후 북미간 긴장을 해소함과 동시에 한반도 주변 6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북핵 솔루션’을 위해 평양 뿐 아니라 워싱턴, 북경, 도쿄, 모스크바에 특사를 서둘러 파견하는 등의 외교적 이니셔티브가 시급하다.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기 위해서는 국내 여론의 공감대 형성도 필수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 정책에 비판적인 일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해나가느냐 하는 것은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가름할 수도 있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도 회복에 필사적이다. 문 정부를 ‘좌파 프레임’에 가둬놓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아이스하키 남북공동팀 구성 단계에서부터 각종 트집을 잡더니 10일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가면을 ‘김일성 가면’이라는 어거지 주장까지 펴기도 했다.

물론 논리적으로 무리한 주장인에다 여기에 호응하는 여론도 소수인지라 이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독선적 정권’이라는 또다른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가급적 이들 보수세력을 설득하고 국민적 총화를 얻어나가는 자세를 견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이슈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자칫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정상회담의 결과가 국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또 국제적인 호응을 얻지 못해 파행으로 끝날 경우, 그 후폭풍은 정권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을 정도로 파괴적일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노무현 정부때 노 대통령과 함께 머리를 싸매며 내놓은 여러 경협 아이디어가 있었다. 황해도 해주항과 동해 안변항 개방 및 제2개성공단 프로젝트 등이다. 또 비무장지대 남쪽 경기도 파주, 강원도 강원도 고성에 남북 경협공단을 건설하는 것도 구상한 바 있다. 북한 근로자가 휴전선 너머로 출퇴근하는 경협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보수정권 10년 동안 이런 구상이 실현될 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은 북한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에 실현하는 이른바 9.19 공동성명과 ‘힐러리 해법’을 깔아뭉갰고, 박근혜 정권은 개성공단 마저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퍼주기로 북한의 핵무장을 조장했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선 북한을 봉쇄하고 평양에 ‘째칙’을 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들 대북 강경정책의 결과, 오늘날 북한의 핵보유국 실현과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의 초긴장 상황 초래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경색 국면을 다시 타파해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만들고 10년전 노무현 정부때 구상해놓은 각종 경제 협력 조치를 다시 원상회복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북미 평화 협정을 동시에 실현하는 힐러리 해법의 부활도 모색할 것이다.

물론 “김정은과 영광스럽게(honored) 만나겠다”, “대화에 나오면 화끈하게 응하겠다”면서도 수시로 ‘외과수술 카드’, ‘코피(nose blood) 전략’ 카드를 얼핏얼핏 드러내 보이는 미국과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애써 만들어놓은 올림픽 잔치에 고춧가루 뿌리기를 서슴치 않는 트럼프 정권과 일본 아베 정권을 상대하기도 만만치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동북아 운전자를 자임한 만큼, 절묘한 곡예 운전을 해서라도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대망의 목적지에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도착시켜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5년 뒤 퇴임한 문 대통령이 그의 최측근 양비(양정철 전 비서관)과 함께 몇 년 전 에베레스트에서 한 것처럼, 수염 가득한 모습으로 장전호에서 흥남부두까지 개마고원 122km를 트래킹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논설주간 강성보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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