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시내버스, 승객 안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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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시내버스, 승객 안전 위협한다
  • 취재기자 이세호
  • 승인 2014.06.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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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밀리면서 부상 속출...성추행 위험성도
▲ 법으로 정해진 인원보다 많은 승객을 태운 부산의 좌석버스 (사진: 취재기자 이세호)

시내버스 한 대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한다. 정류장에 있던 시민들은 버스에 승차하기 위해 앞문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버스는 이미 승객들로 가득 찬 상태이다. 버스 기사는 앞문을 열어 시민들에게 앞문이 혼잡하니 뒷문으로 타라고 소리친다. 시민들이 뒷문으로 향하지만, 버스 뒤쪽도 승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민들은 안간힘을 쓰며 버스에 끼어 타는 데 성공한다.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남지 않아 몇몇 승객들은 의자 모서리 같은 것을 겨우 잡고 선다. 버스 기사는 문을 닫고 승객들로 꽉 찬 버스 운행을 다시 시작한다.

이는 아침 출근길 시간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부산의 시내버스의 모습이다. 부산 시민들은 정상적인 출근을 위해 이미 승객들로 가득 찬 버스라도 어떻게든 타려고 한다. 그러한 시민들의 사정을 아는 버스 기사들 또한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우려고 한다. 이렇게 승객들을 과하게 많이 태운 시내버스가 버스를 타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도로교통과에 따르면, 일반 시내버스는 50명에서 60명의 승객을 태우도록 권고되고 있으며 좌석버스는 버스 내의 총 좌석 수 대비 10%의 승객들만 입석으로 태울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고 사항이나 관련 규정을 어기고 승객들을 초과 승차시킨 버스가 매일 출근길에 버젓이 운행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승객들을 과하게 많이 태운 버스는 작은 위험에 노출돼도 그것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사는 여대생 이모(23) 씨는 지난해 승객들로 가득 찬 버스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버스 기사의 잘못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던 그녀는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해 하차하기 위해 뒷문으로 향했다. 그녀가 겹겹이 서 있던 승객들의 틈을 겨우 지나 뒷문으로 내리던 중 붐비는 승객에 의해 뒷문 상황이 파악이 안 된 버스 기사는 그대로 출발 했고, 그녀는 중심을 잃고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그녀는 “버스가 출발해 너무 놀랐다. 기사의 책임을 물으려 했지만, 기사가 회사에 사건이 알려지면 해고당한다며 사정하는 통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사는 고등학생 유모(19) 군도 승객들로 가득 찬 버스를 타고 서서 가다가 버스의 급출발 때문에 타박상을 입었다. 등교하기 위해 버스를 탔던 그는 버스의 많은 사람 때문에 잡을 손잡이가 없어 잡고 지탱할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버스가 갑자기 급출발했고, 그는 함께 서 있던 승객들과 뒤엉키며 넘어졌다. 그는 “다쳐서 정말 아팠고, 버스 기사가 원망스러웠습니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초과 탑승시킨 버스는 시민들의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 또한 야기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 사는 여대생 손모(25) 씨는 승객들로 가득 찬 버스를 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그녀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은 승객들로 가득 차 사람들이 겹겹이 붙어 서야 했다. 버스가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중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신체 중 일부에 계속 접촉을 가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당황해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목적지가 아닌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그녀는 “교묘하게 변태 짓을 해서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하지만 낌새가 이상해 열 받아서 그냥 내렸다. 변태 때문에 기분만 안 좋아지고 버스비도 날렸다”고 말했다.

승객들로 가득 태운 버스가 안전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부산의 버스 기사 이모(56) 씨는 버스업체가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배차 간격을 줄여 탄력적으로 운행하거나 규정대로 승객을 태우면 좋겠지만, 현재 여건상 힘들다고 했다. 그는 버스 때문에 실제로 피해를 보는 승객들도 있지만 사고를 위장한 사기꾼들이 많아 힘들다고 했다. 그는 “승객들이 다치면 저 같은 기사들에게만 피해가 온전히 돌아온다”며 “우리도 그냥 규정을 내세워 승객들을 안 태우고 운행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승객들 항의가 빗발쳐 그럴 수도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담당자는 버스가 승객을 초과로 태우는 문제에 대해 버스의 종류가 다양하고 규격이 모두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은 현재 없고, 그러한 부분만을 전담해서 감시, 감독하는 기관도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부처와 협의 중이다.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교통과 안전계 담당자는 승객을 초과 탑승시킨 버스를 단속하고는 있지만, 버스 측이 아닌 시민들의 반발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실제로 관련 민원 게시판에는 경찰의 버스 초과 승차 단속과 관련해 ‘돈 있는 놈들은 안 잡고 돈 없는 놈만 잡는다’, ‘집에 빨리 가기만 하면 되니까 버스 단속 좀 그만해라“와 같은 항의 글들도 올라온다. 담당자는 부산경찰청 교통과 측에서 지자체에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노선 확보 등의 조치를 건의했지만,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준공영제인 버스에 당장 큰 예산을 투입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부산시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는 ”버스가 승객을 과도하게 많이 태울 경우 작은 사고에도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선되야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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