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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vs MBN, 언론 자유와 개인 명예의 충돌...정당 출입금지와 취재거부는 과연 정당한가/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위축효과(chilling effect)는 표현의 자유가 외부의 요인에 의해 움츠러드는 현상을 말한다. 공권력의 과도한 제한이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자기검열을 통해 합법적인 표현행위조차 망설이게 되는 상황이다. 언론의 경우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거액의 송사에 휘말릴 경우 자연스럽게 몸을 사리게 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일찍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위축효과’의 해악을 인지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해왔다.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개인의 명예도 사적 법익으로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개인의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과 가치, 그리고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해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의 태도이기도 하다.

1960년대 미국 뉴욕타임즈와 앨러배마 주 몽고메리 시 경찰서장 설리반이 맞붙은 재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적 인식을 잘 보여준다. 몽고메리 시의 한 인권 단체는 1960년 3월 29일 자 뉴욕타임즈에 미국 남부의 흑인 탄압에 항의하고 민권 운동 지지를 호소하는 의견 광고를 게재했다. 여기에는 각종 흑인 민권 시위에 몽고메리 시 경찰이 과잉진압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서장 설리반은 이 의견광고로부터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광고를 내준 뉴욕타임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설리번은 자기 이름이 거명되진 않았지만 자신이 흑인 학생을 탄압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는 거였다.

사진은 남부 흑인 민권 단체가 뉴욕타임즈에 실은 의견 광고(Heed Their Rising Voices: 떠오르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라) 전문이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재판 결과, 몽고메리 시 순회재판정은 뉴욕타임즈의 책임을 물어 설리반에게 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앨러배마 주 대법원도 1심 판결 유지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를 뒤엎고 뉴욕타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압축적이다.

“공공의 쟁점에 관한 토론은 억제되지 않고 충분히 개방적으로 행해져야 하며, 토론에서는 잘못된 언사가 불가피하므로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숨 쉴 곳이 있어야 한다면 보호해야 마땅하다…공직자는 그에 관한 명예훼손적인 허위의 언사가 현실적 악의를 갖고 행해진 것임을 자신이 입증하지 않는 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언론을 상대로) 청구할 수 없다.”

언론 정책에는 두 극단의 태도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언론의 자유를 거의 무제한으로 내버려둬도 저절로 조정된다는 태도다.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도 인간의 이성이 그것과 대항해서 싸울 수 있다면 참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법학자 올리버 홈스는 “언론의 자유는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보장한다”고 역설했다. 언론의 보도 이후에 비로소 잘잘못을 따져야지, 보도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반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언론의 자유는 이런 견해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진실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만 언론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가짜 뉴스’가 판치도록 내버려두고 개인의 명예 훼손을 방치하면서까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할 명분을 민주주의가 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MBN과 ‘일전’을 선포했다. 홍 대표는 MBN을 상대로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당사 출입금지, 취재 거부 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로부터 수년 간 성희롱을 당했다’는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보도한 MBN 기사를 문제삼은 것이다. MBN은 ‘수년 간’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했지만 홍 대표는 ‘끝까지 가겠다’며 벼르고 있다. MBN 측이 언론중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손배소로 간 것은 ‘언론 길들이기’라며 항의했지만, 홍 대표는 눈도 꿈쩍 않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월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문병희 기자, 더 팩트 제공).

어쨌거나 양측의 다툼은 법원의 판결에 맡길 일이긴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사에 대해 선별적으로 출입을 금지하고 취재를 거부하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정당도 엄연히 국가보조금을 받는 공적 성격을 띠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연간 100억 원 넘는 보조금을 받고 있다. 보조금은 곧 국민 세금이다.

우리 헌법 제8조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한편으론 "정당은 그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 설립의 권리와 함께 그 의무도 부여한 것이다.

정당이 국가기관이 아닌데도 우리 헌법이 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하는 까닭은 정당이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 때문이다.

‘정당의 목적,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특정 정치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당화(私黨化)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경고로도 이해할 수 있다. 정당은 또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 정당 구성원들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앞세워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MBN에 대한 출입금지는 ‘언론 길들이기’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홍 대표의 ‘반격’을 보면서 자칫 다른 언론사들이 몸을 사리기라도 한다면 자유한국당은 ‘위축효과’라는 망외의 소득도 얻게 될 터이다.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비판을 선제적으로 막는 ‘예방적 타격’이 성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개인의 명예와는 또 다른 가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국민들이 믿고 있는 ‘알권리’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의 구제는 알 권리라는 공공성과 명예보호라는 개인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만 그 균형점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편집위원 이처문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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