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애완동물 동영상 보며 힐링하는 ‘랜선 이모’ ‘뷰니멀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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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애완동물 동영상 보며 힐링하는 ‘랜선 이모’ ‘뷰니멀족’ 등장
  • 취재기자 조윤화
  • 승인 2018.02.0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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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샘 해밍턴 아들 SNS 스타·반려동물 채널도 인기...1인 가구가 만들어낸 새 트렌드 / 조윤화 기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아이와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만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랜선 이모’, ‘뷰니멀족’이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과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는 현대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헬조선’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 삶 곳곳에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SNS를 통해 귀여운 아기, 고양이, 강아지 등의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다. 이를 지칭하는 용어도 등장했다. ‘랜선 이모’, ‘랜선 집사’, ‘뷰니멀족’이 바로 그것.

‘랜선’은 ‘랜 케이블’을 뜻하는 말로 컴퓨터를 인터넷과 연결해 주는 선을 뜻한다. 여기에 삼촌, 이모, 집사와 같은 단어가 뒤에 붙어,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아기와 동물의 영상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다.

방송인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 해밍턴의 SNS 계정 팔로워는 63만 명에 이르며, 수많은 랜선 이모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사진: ‘윌리엄 헤밍턴’ 인스타그램 캡처).

MBC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와 KBS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은 랜선 이모와 랜선 삼촌을 대거 양산했다. 이들은 아이를 직접 만나지 않지만, 화면을 통해 귀여운 아이의 모습을 보며 힐링하고 때로는 선물을 직접 보내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랜선 이모, 삼촌의 사랑을 받는 스타 아기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는 방송인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 해밍턴이다. 올해로 세 살이 된 윌리엄 해밍턴은 랜선 이모, 삼촌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SNS 스타이다. 엄마가 관리하는 윌리엄 해밍턴의 SNS 계정은 팔로워가 63만 명에 이른다. 그의 팔로워들은 윌리엄 해밍턴이 밥 먹는 모습, 자는 모습, 노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우리 아기 너무 귀엽다”, “많이 먹고 쑥쑥 자라나라”, “이모도 윌리엄 선물 사주고 싶다”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현재 굿즈 형태로 출시된 윌리엄 해밍턴의 사진이 담긴 탁상 달력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주간 베스트셀러 26위를 차지하며 수많은 랜선 이모, 삼촌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크림히어로즈 동영상에 달린 많은 랜선 집사들의 댓글(사진: 네이버 캡처).

수많은 ‘랜선 00’ 시리즈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건 랜선 집사다. 집사는 주로 커뮤니티 및 SNS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이지만 현재는 갖가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을 통칭하는 단어로 그 의미가 확장돼 쓰이기도 한다. 랜선 집사는 주로 유튜브나 SNS로 고양이, 강아지 영상물을 감상하는데 ‘뷰니멀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뷰니멀족은 ‘보다’라는 뜻의 영어 view와 ‘동물’을 뜻하는 animal의 합성어로 애완동물을 직접 키우진 않지만, 온라인을 통해 반려동물 영상을 즐기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랜선 집사를 자처하는 김모(21) 씨는 매일 밤 10개 이상의 반려동물 콘텐츠를 꼭 챙겨본다. 김 씨는 “강아지를 워낙 좋아하는 데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키우지 못한다. 대신에 영상 챙겨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며 “반려견이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만 계속 보게 된다”고 말했다.

랜선 집사의 사랑을 받는 반려동물 전문 채널 ‘크림히어로즈’는 7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채널에 업로드된 대부분 영상은 7마리의 고양이가 출연하며, 주로 고양이들이 밥을 먹거나 노는 모습을 자막과 배경 음악을 제외한 특별한 편집을 거치지 않은 채, 생생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크림히어로즈에 업로드 된 동영상 중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은 조회 수 410만 회를 기록하며 랜선 집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주간조선은 1인 가구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짚었다. 현실적 여건상 반려동물을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통해 얻는 심리적 위안과 즐거움은 얻고 싶기 때문에 고양이나 강아지 동영상을 즐겨보는 랜선 집사가 등장했고,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고 기르기 힘든 1인 가구나 젊은 네티즌들은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만나기 힘든 현실 조카보다 랜선 조카에게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편, 책 <트랜드 코리아 2018>에서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는 “관계는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다. 진짜 이모, 엄마, 삼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희생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관계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랜선 이모는 어쩌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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