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열풍'...불닭, 빨개면에 땡초 토스트도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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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열풍'...불닭, 빨개면에 땡초 토스트도 불티
  • 취재기자 김도란
  • 승인 2014.05.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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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전문가들은 속쓰림 등 부작용 경고

“나라에 경제적인 위기가 오면 매운 음식이 많이 팔린다” 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작년 2월 17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 때 불닭과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의 매출이 급증했다.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그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 경기와 상관없이 매운맛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화끈하게 매운 식품을 내놓으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

▲ 최근 누적판매 1억개를 돌파한 불닭볶음면(좌)과 국내에서 가장 매운 라면인 틈새라면(우) (사진: 취재기자 김도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요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라면이다.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을 측정하는 표준 단위인 SHU(스코빌 지수)가 4,404SHU를 기록한다. 이는 청양고추가 약 4000에서 1만 SHU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매운 음식이다. 방송에서도 '매운 라면'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 라면은 작년, 재고가 빨리 소진돼 편의점과 할인점에서 판매가 중지됐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포항시 북구에 사는 중학생 이모(14) 군은 "하교할 때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에 들러 누가 불닭볶음면을 누가 더 잘 먹는지 시합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됐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이 국물 없는 매운 라면이라면, 국물이 있는 매운 라면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팔도의 '틈새라면'과 '남자라면', 농심의 '진짜진짜맵다 라면', 오뚜기의 '열라면' 등 라면 업계는 4000에서 8000SHU 대의 매운 라면을 계속해서 출시 중이다. 특히, 가장 매운 라면이라고 불리는 '틈새라면'은 8,557SHU라는 가장 높은 스코빌 지수를 기록했다.

대구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1) 씨는 자칭 매운 라면 마니아다. 김 씨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매운 라면을 즐겨 먹고 최근에는 이런 매운 라면에다 청양고추까지 넣어 먹는다. 김 씨는 "매운 라면을 먹을 땐 너무 매워서 다른 잡생각이 안 나서 좋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험기간에 매운 라면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이러한 매운 라면들을 다 먹어보고 직접 매운맛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거나 다른 매운 라면을 섞어 더 맵게 조리해 먹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매운 라면을 즐기고 있다. 위덕대학교에 재학 중인 손명휘(21) 씨는 불닭볶음면과 틈새라면을 섞어 조리하는 일명 ‘염라면’을 즐겨 먹는다. 손 씨는 “블로그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 호기심에 조리해서 염라면을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그 이후로도 종종 만들어 먹는다”고 말했다.

▲ 간판에서부터 매운 맛을 강조하는 떡볶이 집은 이제 흔한 거리 풍경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도란).

매운 음식의 인기는 떡볶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불 떡볶이’, ‘엽기 떡볶이’, ‘매운 떡볶이’ 등 떡볶이 가게의 이름부터 맵다는 것을 광고하는 떡볶이 집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엽기 떡볶이 집은 말 그대로 엽기적인 매운맛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엽기 떡볶이 집을 찾는 사람들은 한 번 먹고 나면 입술이 아플 정도의 매운맛에 힘겨워하면서도 중독성에 계속해서 찾게 된다. 동대문엽기떡볶이 경성대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조모(20) 씨는 엽기 떡볶이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중고등학생이라고 한다. 조 씨는 "엽기 떡볶이가 맵기는 많이 매워도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이 많이 생기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매운맛의 인기는 기존의 음식에 매운 맛을 첨가하는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경성대 밥골에 위치한 토스트 집에서는 기존의 토스트에 500원을 추가하면 땡초와 캡사이신을 추가해 넣어주는 땡초 토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예모(21) 씨는 이 땡초 토스트를 즐겨 찾는다. 평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예 씨는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토스트에 땡초를 넣음으로써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예 씨는 "속이 따가울 정도로 매운 맛에 때로는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다"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먹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토스트 안에 땡초와 캡사이신 소스가 들어간 땡초토스트 (사진: 취재기자 김도란)

하지만 이렇게 점점 자극적이고 매워지는 음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생 채모(21) 씨는 평소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러나 매콤한 맛을 내세운 음식점들이 너무 많아져 채 씨가 갈 수 있는 음식점들은 한정되었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된 매운 음식점에서 채 씨는 최대한 덜 맵게 해달라는 주문을 꼭 덧붙인다. 그녀는 "별로 맵지 않다고 해서 주문한 음식을 먹을 때도 물을 서너 컵 이상 마셔야 할 정도로 나에겐 맵게 느껴진다. 이렇게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배탈이 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에 사는 김모(46) 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자극적인 매운 음식을 찾는 자녀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는 "아이들이 매번 먹고 나서 속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계속해서 불닭볶음면 같은 매운 음식을 찾아 먹는다. 통증을 느끼면서까지 매운 음식을 찾는 이유를 모르겠다. 강제로라도 못 먹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식품영양학과 오초롱 외래교수는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자꾸만 찾는 이유는 매운맛의 중독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 교수는 평생 매운 음식을 먹는 네팔에는 위암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예로 들며 매운맛도 결국은 통증이기에 지속적이고 지나친 강도의 통증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탄수화물, 짠맛 중독처럼 매운맛도 중독된다. 그래서 뇌에서는 매운 음식을 먹도록 자꾸 명령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렙틴 호르몬 등의 문제를 가져오게 되고 비만으로 우리 몸 질서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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