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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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도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열광한다
  • 취재기자 문병훈
  • 승인 2014.05.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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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익명성 보장.. 아이디 빌려주고 대가받는 어른도

“아이고,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졌네. .. 이번엔 돈 터졌어.” 

"와우! 맨유가 이겼어. 짭짤한 수입 벌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이런 탄식과 환호가 터져나온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다 그 결과에 따라 벌어지는 희비 쌍곡선이다. 스포츠 토토 등 합법적 스포츠 도박이 아닌, 스포츠 매니아들 사이에서 음성적으로 진행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현장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기성용, 김보경 등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이 현재 활동하고 있고 과거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며 큰 관심을 모았던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가장 활발한 베팅 대상이다.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에서도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실시간 중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이런 스포츠 도박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을 자주하는 부산 지역 대학생 박모(24) 씨는 “스마트폰과 본인 계좌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배팅이 가능하며, 최대 지급금은 3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자신이 베팅하고자 하는 팀의 승, 무, 패에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이 들어온다. 또 베팅한 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 배당률은 더 높아진다. 또 베팅한 종목이나 팀이 많을수록, 성공할 경우 적은 돈을 걸고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 베팅의 특징 때문에 도박꾼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는 연령이나, 성별, 직업 등의 구분이 없다.  대학생, 직장인, 노년층, 심지어 중학생까지 이런 음성적 스포츠 도박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10대부터 30대의 젊은 층들은 가까운 PC방에 죽치고 앉아 자신이 베팅한 팀의 경기와 베팅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불법 스포츠 도박에 목숨을 걸고 있다.

▲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이들은 PC방에서 실시간으로 스포츠 경기 상황을 관람하며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문병훈).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은 본인 확인 절차 등이 필요해 까다롭다. 하지만 남의 아이디를 빌려  베팅을 할 수 있고, 한 개 아이디에 여러 명이 돈을 걸어 베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익명성이 보장된다. 

부산 북구 금곡동에 사는 고등학생 최모(18) 군은 대학생인 자신의 형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아이디를 통해 베팅하고 있다. 같은 금곡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23) 씨는 아는 동생 여러 명이 자신의 아이디를 통해 베팅하도록 부탁하고, 자신의 계좌로 베팅금을 넣어 맞출 경우, 이들에게 자신 몫의 베팅 금액 중 일부를 나눠주고 있다. 김 씨는 “베팅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하나의 아이디로 베팅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고 했다. 김 씨의 아는 동생 중 한 명인 부산 화명동에 사는 중학생 박모 군은 베팅한 스포츠 경기를 보느라 밤을 샌 적도 있다. 박 군은 “그 형에게 베팅하고 싶은 경기를 얘기하고 베팅금만 입금시키면 나중에 성패에 따라 내 돈을 받는다”며 “적은 베팅 금액으로도 큰 돈을 얻을 수 있어 계속해서 형에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PC에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 스포츠 도박은 사이트가 무궁무진하게 많고, 사이트가 단속 등으로 없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사이트가 계속해서 생겨나기 때문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근하는 일은 전혀 어려움이 없다. 개인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자신만의 인터넷 방송을 하게 하는 인터넷 방송회사 ‘아프리카 TV’나 ‘다음TV팟’ 등에서 많은 회원들이 자신들의 인턴넷 방송을 통해 실시간 경기 중계를 하며 이를 본 사람들이 돈을 베팅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연결시킨다. 아프리카 TV는 도박 목적의 인터넷 방송 경기 중계를 적발하여 강제로 방송을 종료시키고 있지만,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여러 개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위한 경기 중계방송을 하는 회원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방송으로 경기중계를 내보내는 이들 인터넷 방송 회사의 회원들은 영상화면 위에 자신들의 ‘카카오톡’ ID를 적어놓고 베팅에 관한 문의를 받아 연결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 실제 ‘아프리카 TV’에서는 다수의 회원들이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경기 영상을 틀고 불법 스포츠 도박에 관한 베팅 문의를 받고 있다(사진: 아프리카 TV 화면 캡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리하는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와 달리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베팅액수와 횟수, 종목 등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어 청소년들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는 2001년 10월 축구경기를 대상으로 한 '축구 토토'가 처음 발매된 후, '농구 토토'가 추가되었고, 2004년 4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외국 경기를 대상으로 한 토토 발행도 가능해졌다. 구매가격은 1매당 1000원이며, 1회 베팅액은 1인당 10만 원 이하로 제한된다. 스포츠 토토는 베팅액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다르다.

▲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사진: ‘스포츠 토토’ 공식 사이트).

만약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와 유사한 불법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는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단속의 손길을 피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이버범죄 수사대의 경찰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고, 적발돼도 솜방망이 벌금형으로 끝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과 휴대전화를 이용하며, 수사망이 좁혀오면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해버리기 일쑤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다른 주소로 사이트를 개설하기 때문에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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