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골든타임 빼앗은 불법주정차는 부산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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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골든타임 빼앗은 불법주정차는 부산도 여전"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1.3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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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소방차 진입 막은 화명동 현장엔 지금도 불법주정차 버젓...소방관들 "시민 협조 절실" / 윤민영 기자
긴급차량 통행로에 차량들이 불법주정차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부산남부소방서 대연센터 신재식 팀장은 화재시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해 매일 오전 도상훈련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럼에도 불법주정차로 인해 소방 통로 확보가 어려울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신 팀장은 “매일 오전마다 소방 통로 내 불법주정차 차량에게 경고문 계도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시 일반 차량들의 불법주정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 지연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긴급 구조차량이 사고 현장에 도착 진입할 골든타임 ‘5분’을 놓쳐 발생하는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 때도 불법주정차가 화재 진압을 방해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사다리차가 소방통로에 불법주정차한 차량으로 인해 진입하지 못해 구조작업이 늦어진 것. 이 때문에 구조될 수도 있었던 소중한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며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신 팀장도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상황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 팀장에 따르면, 소방관들은 항상 골든타임을 준수해 화재 진압 작전과 구조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하면 열에 아홉은 불법주정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신 팀장은 “현장에 늦게 도착하면 피해자들이 ‘뭐하다 늦게 왔냐’고 항의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우리도 불법주정차로 인해 진입이 지체될 때는 우리를 기다리며 속이 타들어갈 피해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긴급차량 통행로로 지정된 구간의 주택가 문 앞에 차량들이 불법주정차로 통행로를 막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불법주정차는 특히 주택가가 심하다. 주택가의 이면도로는 사유지가 아니기 때문에 주차를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주택 거주자들은 집 앞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산남부소방서 대연센터 한 대원은 “주택가 일대에 주차장이 없다 보니 (불법주정차) 근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직장에 주차하고 오라거나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주차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도 이면도로 불법주정차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커브길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해 있으면 대형 차량의 통과가 특히 어렵다는 것. 신 팀장은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사람들이 승용차가 지나갈 공간 정도는 비워두기도 하지만  긴급 상황 발생 시 소방차가 통행한다는 사실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지난 2013년 12월 11일 발생한 화명동 아파트 화재사고 때 불법주정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막혔던 구간이다. 1512일이 지난 현재(1월 30일)까지 불법주정차는 개선되지 않았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지난 2013년 12월 11일 부산 화명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도 불법주정차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쳐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례다. 당시 베란다에서 한 여성이 불길 속에서도 끝까지 어린 아이들을 안고 있다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하지만 지난 30일 기자가 당시 사고 현장을 둘러보니 당시 차량들이 불법주정차돼 소방차 진입을 막았던 곳엔 지금도 차량이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만약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한다면 이번에도 불법주정차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상황인 셈이다.

긴급상황 발생 시 불법주정차된 차량을 밀어내거나 유리창을 깨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신 팀장은 “불법주정차된 차량이 적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지만 많은 차량이 불법주정차 중이면 하나하나 밀어내는 동안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는 데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신 팀장은 불법주정차 단속 스티커를 부착하면 소방서로 찾아와 ‘불법주정차 차량이 얼마나 많은데 나만 단속하느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대학생 권준만(26, 부산시 남구) 씨는 “본인들이 애초에 불법으로 주정차를 해놓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고 분개했다.

부산남부소방서 대연센터가 소방통로확보구간으로 선정한 신전번영로 47번길이다. 경고문 계도조치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주정차는 단절되지 않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그렇다고 소방당국은 불법주정차 단속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남부소방서 대연센터는 소방통로 확보 구간을 선정해 불법주정차 차량에 경고문으로 계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팀장은 “대형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높아져야 한다”며 “상황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주정차 단절을 위한 표어 공모 등 홍보 캠페인과 운전면허시험 때 불법주정차와 관련된 안전교육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방차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데에는 불법주정차 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다. 도로 여건 상 대형 차량인 소방차가 통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출퇴근시간처럼 교통량이 많아 혼잡을 이루는 러시아워 때에는 차량이 정체되기 때문에 긴급 출동 차량에게 길을 터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남부소방서 대연센터 한 직원은 “특히 골목을 여러번 지나가야 하는 장소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 도중 화재신고가 접수되자 “인터뷰 중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출동하고 있는 부산남부소방서 대연센터 대원들이 20초도 채 걸리지 않아 출동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민영).

신 팀장은 “많은 국민들이 ‘소방공무원에게는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 많은 힘이 된다”며 “우리 소방공무원들도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화재가 발생했는데, 대연센터 직원들이 출동 준비에 걸린 시간은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 하나 쯤이야’라는 이기심으로 한 불법주정차.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각종 사고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소방관들은 불법주정차가 근절돼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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