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의원도 '중환자 변신'...검찰 출석 때 휠체어쇼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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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전 의원도 '중환자 변신'...검찰 출석 때 휠체어쇼 언제까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1.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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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비웃음 대상…FT "한국 재벌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 / 정인혜 기자
불법 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26일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휠체어가 새로운 활용 영역을 개척했다. 당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휠체어는 최근 검찰에 출두하는 고위 관료나 총수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부터 억대에 달하는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 24일 이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의원은 이를 연기했다. 이유는 ‘건강 이상.’ 이 전 의원은 전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식사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한다.

병원에서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이 전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했다. 건강이 많이 악화된 탓인지 그는 간이 침대에 실려 병원 구급차를 타고 왔다. 구급차에서 내린 그는 주변의 부축을 받고 휠체어에 옮겨 앉았다. 모자와 목도리, 두꺼운 점퍼, 담요로 온 몸을 꽁꽁 감싼 모습이었다.

뉴스를 통해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저마다 코웃음을 쳤다. 아픈 사람을 보면 걱정부터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왜 시민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보는 걸까.

직장인 황모(42) 씨는 이를 ‘휠체어 쇼’라고 표현했다. 이 전 의원이 아프지도 않으면서 ‘꾀병’을 부리는 것 같다는 주장이다. 그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사람이 검찰이 나오라니까 갑자기 중병 환자가 됐다”며 “고령 환자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한다는 주장을 하려고 휠체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단 황 씨 만의 주장은 아니다. 기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휠체어 출두' 소식을 다룬 기사에 달린 네티즌 댓글(사진: 네이트 캡처).

한 네티즌은 “요즘은 마약도 하고 깁스도 하고 링거도 맞던데 연기력을 키우든지 소재를 다각화해라”며 “10년 전에 유행하던 휠체어 시나리오를 또 들고 나올 줄 몰랐다”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적폐’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좋은 사진이 있을까”, “아침부터 덕분에 웃었습니다”, “병원 놀이 그만하고 이실직고해라”, “부끄럽지도 않을까”,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하나같이 검찰 출두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이다. 사실 국내 고위 관료나 총수들은 유독 검찰 조사를 받는 날 아픈 모습을 보였다. 휠체어 출두의 원조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대중 정부 시절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최근에는 국정 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 씨도 휠체어를 탔다.

해외 언론에서도 휠체어 출두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모양새다. 지난 2007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재벌은 곤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를 비판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해당 기사에는 “휠체어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한국 거물들을 위한 운송 수단처럼 보인다”는 문장이 등장했다. 외신도 검찰 출두 시 병세를 과장한 재벌들의 행태가 부적절하다고 보는 셈이다.

휠체어를 탄 속내가 무엇이었든, 국민들은 휠체어 출두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리얼미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인들이 검찰 출두 시 휠체어를 탄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8%가 "더 괘씸한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반면 "동정심이 든다"고 대답한 비율은 7.7%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60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9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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