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 호소하자 피해자 남편 수소문한 경찰...인권위 “2차 가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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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 호소하자 피해자 남편 수소문한 경찰...인권위 “2차 가해” 판정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1.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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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조사한 청문감사관 "피해자 남편의 진술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주장 / 신예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경찰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 청문감사관이 피해자에게 남편의 이름과 연락처를 요구하는 것은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경찰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 청문감사관이 피해자에게 “성희롱 피해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피해자 남편과의 전화 통화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이 같은 행태가 피해자의 인권 침해 및 성범죄 2차 가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26일 해당 사건이 벌어진 부산지방경찰청 청장에게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문감사담당관과 청문감사담당관실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청문감사관은 이 사건으로 다른 관서로 전보 조치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월 사내 성희롱을 당했다. 일면식이 없던 남자 경찰관이 복도에서 “자신을 모르겠느냐”며 A 씨의 팔을 갑자기 잡아당긴 것. 성적 수치심을 느낀 A 씨는 3개월 뒤 청문감사관실에 이를 알렸다. 당시는 사내 성희롱 전수 조사 기간이었다.

지난해 7월경, 청문감사관 B 씨는 A 씨의 성희롱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B 씨는 A 씨를 불러 남편의 이름과 연락처를 요구했다. 실제로 A 씨가 성희롱을 당했는지 A 씨의 남편에게 묻겠다는 것. A 씨가 앞서 진술한 “성희롱을 당하고 며칠간 제대로 된 숙면을 할 수 없었다”는 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A 씨는 거부했지만, B 씨는 A 씨의 인사기록카드를 통해 남편의 이름과 근무지를 알아냈다는 것. 이에 불쾌함을 느꼈던 A 씨는 B 씨의 행동이 ‘인권 침해’라며 지난해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B 씨는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씨는 “피해자의 인사기록카드를 열람한 사실과, 피해자 남편의 동향을 확인한 사실이 없다”며 “단지 양쪽 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돼 피해자 남편의 진술이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의사를 물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B 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B 씨는 A 씨의 인사기록카드를 통해 A 씨의 남편 이름과 근무지를 알아냈다. 심지어,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자신의 후배를 통해 남편의 근무 여부까지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청문감사관이 피해자 남편의 근무 여부를 사적으로 확인한 행위는 성희롱 사건의 공식적인 조사로 볼 수 없다”며 “성희롱 가해자에 최종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전, 성희롱 피해자를 직접 불러 남편과 통화하고 싶다고 제안한 행위는 가족 간 불화를 염려하는 성희롱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상당한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어 “성희롱 신고 이후 피해자 등이 직장 자체 조사 과정에서 유무형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보호와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아내가 남편에 귀속되는 사회도 아니고 그런 수치스런 사건을 남편에게 알리려고 하다니”라며 “정말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세상은 밝아지고 있는데 자꾸 숨기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네티즌들은 “어이가 없다”, “요즘 경찰들이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역지사지를 모르나”, “여성의 민감한 사건은 여경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 “피해자 분 속상하셨을 듯”, “남편은 날벼락 아니냐”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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