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도, 표지판도, 그리고 세월호도 없었다
상태바
십자가도, 표지판도, 그리고 세월호도 없었다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4.05.12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구원파 교회, "우리는 그냥 소박한 종교단체일 뿐"
▲ 부산 반여동에 있는 구원파교회(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그 흔한 십자가도, 교회를 나타내는 표지판도 없었다. 부산 반여동 3층짜리 낡은 상가 건물에 있다는 기독교복음침례회(유병언 관련 구원파) 부산교회는 겉으로 봐서는 교회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유병언 일가의 재산, 청해진해운의 거대한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상가 상인들에게 여기에 교회가 있느냐고 묻자 3층으로 올라가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그 교회가 구원파 교회인지 왜 교회라는 표시가 전혀 없는지는 알지 못했다.

상가 내 세탁소, 부동산, 음악학원을 지나 시멘트 계단으로 올라간 3층은 일반 가정집 같은 모습이었다. 출입구로 보이는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화분 옆으로 식당과 예배당으로 짐작되는 공간이 보였다. 생각보다 평범하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안녕하세요? 안에 계십니까?” 기자의 인사 뒤로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식당에서 중년 여성 한 명이 나왔다. 그 여성은 취재차 왔다는 기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할 말이 없다며 기자를 문 쪽으로 밀어냈다. 그는 이어지는 질문에 어떻게 알고 왔냐”, “우리는 아무 상관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현관문에 다다라서야 그는 마음이 조금 풀렸는지 기자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세월호 관련 사건과 교회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도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에 대해서는 우리 회장님이라고 칭했다. 기존 교회와 달리 집사, 장로 등 모든 계급이 없다는 구원파 교회에서도 유병언 전 회장은 여전히 회장님으로 통했다.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구원파 교회에서 유병언 전 회장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이 중년 여성에 따르면 구원파 신도들은 매주 일요일 예배 때 고() 권신찬 목사(구원파 창시자이자 유병언의 장인, 1996년 사망)의 설교를 영상으로 듣는다고 한다. 교회마다 담당목사가 직접 주일 설교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권 목사의 영상이라면 적어도 15년은 넘은 설교일 뿐더러 영상 자료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한정되어 있는데 매주 영상으로 설교를 듣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똑 같은 것을 듣고 또 들어도 새롭고 좋다고 답했다.

이 성도가 내는 헌금은 주일헌금과 십일조, 어미니 회비 등이 있다. 그는 다른 교회처럼 자율적으로 헌금을 낸다고 말하면서 우리(구원파)는 돈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것에 따르면, 헌금이 유 씨 일가의 사업에 쓰인다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도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불쾌한 내색은 없었다. 그는 우리의 헌금이 본부인 선교센터로 간다고 알고 있다며 회계를 맡은 사람이 투명하게 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변 교회의 한 목사는 "교회 표시가 없어서 그런 교회가 있는지도 모르다가 금요일에 30~40명의 사람들이 건물에서 성경책을 들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구원파교회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은밀한 조직처럼 운영이 되고,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교회에서 물건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