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금융 상품인가, 화폐인가?...가상화폐 규제보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먼저 / 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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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금융 상품인가, 화폐인가?...가상화폐 규제보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먼저 / 윤민영
  • 충남 천안시 윤민영
  • 승인 2018.01.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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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상품도, 화폐도 아니다. 마치 혼돈 속에 휩싸여 있는 것과 같다(사진: piaxabay 무료 이미지).

2018년 최고의 이슈는 단연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를 내가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약 5년 전이다. 내가 당시 이용하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를 하게 되면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트의 적릭금을 지불해 줬다. 이 때가 가상화폐를 내가 처음 알게 된 시점이다.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2008년에 처음 등장했으므로 비트코인이 세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가상화폐가 어느덧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민들이 유일하게 신분상승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불가능해진 사회구조 탓인지,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가는 타국의 거래소 가격을 웃돌았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타국 거래소와의 시세 차익을 두고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일각에서는 ‘튤립 버블’ 이후 거대한 국제적 투자 버블이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돌고 있다. 그 우려는 실제로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투자 열기가 과열되어 투자꾼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도 몰렸다. 이 결과 1BTC(비트코인)의 가격은 2500만 원을 상회했다가 부침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IT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가상화폐도 하나의 결제수단이자 화폐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보는 세계 각국의 사정은 다양하다. EU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에 부과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미국은 화폐가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정의했다. 반면, 일본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했다. 이처럼 가상화폐는 이쪽 나라에서는 상품, 저쪽 나라에서는 화폐인 것이다

이처럼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가상화폐의 문제점이 현재 우리나라에도 잘 나타나 있다. 가상화폐는 우리나라에서 정식 화폐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상품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정책 하나에 가상화폐 가격이 해일이 몰아치듯 큰 폭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거래소 폐쇄” 발언 하나에 국내 가상화폐의 시세는 폭락했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가상화폐 규제 발언이 나온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금감원이 아니라 법적인 시각으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법무부 장관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발언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가 인정받은 상품도 아니고 화폐도 아니다. 말 그대로 가상 속의 화폐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존재하지도 않고, 상품 혹은 화폐도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 법적인 잣대를 적용할 수도 없다. 즉,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화폐가 아니라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분류를 먼저 했어야만 했다.

법무부 장관의 말 한마디와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에 수많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가상화폐는 1초 단위로 가격이 계속해서 변동한다. 이런 정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엄청난 시세 변동이 일어난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가상화폐 대책 발표 직전 매도해 50%가량의 수익을 올린 금감원 직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직원은 본인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나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직원을 처벌할 명분이 없다고 말한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가 아닌가? 가상화폐는 일개 직원조차 처벌할 수 있는 규정조차 없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 입에서 ‘거래소 폐쇄’라는 말이 나왔다는 게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난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발표 이후 가상화폐의 시세가 엄청나게 폭락했다(사진: 빗썸 거래소 캡처).

가상화폐의 가격이 폭락한 당일 ‘비트코인 갤러리’ 디씨인사이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큰 손해롤 봤다며 분노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사람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의 말대로 가상화폐가 하나의 투자라면 투자에 대한 손실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가상화폐 폭락의 원인이 정부의 졸속 행정이라는 점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 묻고 싶다. 가상화폐는 금융 상품인가, 화폐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는 둘 중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는다. 현재 가상화폐 실명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가상화폐는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아 세금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입장 정리 하나면 해결된다. 금융 상품이 됐건 화폐가 됐건 가상화폐를 분류할 수 있는 틀 하나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가상화폐가 탈세의 용도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을 매끄럽게 할 수 있다. 또, 그 분류에 맞춰 부과세 등을 부과하고 하나의 경제 수단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비정상적인 투기 양상을 막아내는 등 정부가 개입·관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된다면, 비정상적인 투기 양상에 거래소를 폐쇄헤도 문제가 생길 것도 없다. 주식으로 따지면 서킷 브레이크와 같은 것 아니던가?

일처리에는 뭐든지 순서가 있다. 기초공사부터 탄탄해야 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물론 필요하다. 지금처럼 과열된 투기 열풍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구분 없는 규제는 순서가 잘못됐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하기 전에,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먼저 하기 바란다. 그 후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와 규정을 만들고 법적인 틀을 씌워 관리하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가상화폐의 과열된 투기 양상을 보고 있기만 할 것인가. 우리는 지난 무능력한 정부에 환멸을 느끼고 힘을 하나로 모았다. 이번 정부는 부디 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 우리들의 현 정부에 대한 믿음과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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