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패럴림픽 위해 캐나다 국적 포기했지만 어이없는 행정 실수로 출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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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위해 캐나다 국적 포기했지만 어이없는 행정 실수로 출전 무산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1.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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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스키 원유민 선수, 대한장애인체육회 권유에 국적 회복...국적 바꾼 선수 3년 간 출전 금지 조항에 걸려 / 윤민영 기자
노르딕스키 바이애슬론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의 모습이다.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다(사진: 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홈페이지 캡처).

원유민(30) 씨는 12세 때 캐나다로 이민 간 뒤 장애인 농구 선수이자 노르딕 스키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던 원 씨는 평창 패럴림픽 노르딕 스키 대표로 참여하지 않겠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제안을 받고 작년 7월 귀화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하지만 원 씨는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 규정을 뒤늦게 확인한 협회 탓에 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원 씨는 캐나다에서 잘나가는 농구 선수였다. 그 후 원 씨는 노르딕스키에 입문한 뒤 작년 2월 열린 캐나다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노르딕스키 선수로 출전해 2개의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르딕스키 선수를 찾던 한국 협회가 원 씨에게 한국 대표로 패럴림픽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고, 원 씨는 수락했다. 원 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귀화 제안을 받았을 때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며 “당연히 농구 선수로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이 높았지만 태극기를 가슴에 다는 것이 더 끌렸다”고 말했다.

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 패럴림픽에 참여할 준비를 하던 원 씨에게 문제가 생겼다. IPC의 규정이 문제였다. 이 규정은 "국적을 바꾼 선수는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간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이 규정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패럴림픽 출전에 적신호가 켜진 원 씨에게도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가 ‘이적 동의’를 해주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되면, 원 씨는 3년의 대기 기간 없이도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대표선수로 패럴림픽에 출전 가능하다. 하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캐나다장애인올림픽위원회(CPC)에 협조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조선일보는 CPC가 원 씨가 2020 도쿄 패럴림픽에 한국 대표 선수로 출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이유를 들어 협회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CPC는 2020 도쿄 패럴림픽을 위해 원 씨에게 캐나다 국가대표 수당을 수년간 지급했다. 이에 대한장애인체육회는 CPC에게 원 씨를 휠체어 농구 대표로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해명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결국 IPC 규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한국장애인체육협회 탓에 원 씨는 평창 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더 나아가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2020 도쿄 패럴림픽 휠체어 농구 캐나다 대표로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관련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사진: 네이버 캡처).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협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 포털사이트 댓글창에는 "역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아니면 말고식 공무원들…", "미안합니다. 여기가 대한민국이라서 미안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박가빈(21, 충남 보령시) 씨는 “역대급이다. 협회에서 저런 기본적인 규정도 모르고 귀화를 진행한 것이 어이가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일처리를 이렇게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평창 패럴림픽 참가가 어려워진 원 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2 베이징 패럴림픽을 목표로 계속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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