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을 많이 읽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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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을 많이 읽으라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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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노와 갈릴레이

16세기 유럽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하늘이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눈으로 보면 지구는 평평하고 하늘의 별들이 움직이니까 피상적인 천동설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지동설을 처음으로 증명하였던 사람은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였습니다. 하지만 지동설이 담긴 자신의 책이 죽고 나서 출판되었으므로 코페르니쿠스는 죽임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란 책은 부르노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는 유럽전역을 떠돌며 천동설이 아니라 지동설이 진리라며 설파하고 다녔습니다. 이러한 부루노의 행동은 기득권 세력인 교회에게 용서할 수 없는 도전이었죠. 재판을 받게 된 부루노는 자신의 생각을 꺽지 않고 서슴없이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결국 그는 화형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부루노 이후에 저 유명한 갈릴레이도 지동설을 주장하였지만 그는 나중에 교회로부터 재판을 받으면서 기득권 세력에게 굴복하고 말았죠. 이렇게 굴복하며 속으로 내뱉던 말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전해집니다.

위인 링컨의 실체

하지만 후세의 사람들은 지동설을 용기 있게 설파한 사람으로 부루노보다는 갈릴레이를 기억합니다. 갈릴레이는 한마디로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갈릴레이 위인전을 보면 갈릴레이는 천동설을 주장하는 기득권 세력의 권위에 대해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저항했던 위인으로 기록됩니다. 하지만 진정 몸으로 저항했던 사람은 화형까지 당했던 부루노입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머리로 아는 지식인이었다면, 부루노는 지동설에 몸을 바쳤던 행동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인전을 읽을 때 생각을 가지며 읽어야 합니다. 위인전의 시각을 가지고 읽으면 그 사람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링컨을 위인전으로 읽으면 어릴 때부터 빌린 책을 되돌려준 정직한 아이로, 노예를 해방시킨 인간미 넘치는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링컨은 노예 해방에 관심 있는 휴머니스트가 아니라 오로지 미국 연방에 관심 있는 내셔널리스트였습니다. 링컨을 인물전으로 읽으면 남부가 연방탈퇴 선언을 하자 이에 맞서 결단력 있게 일으킨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USA라는 미국 연방을 만든 사람이입니다. 노예해방 공적은 자동으로 얻어진 덤이었죠.

위인이 아니라 인물

예전에 <아주 기묘한 이야기>라는 일본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그 사람은 원래 영웅이 아니라 아주 겁 많은 바람둥이였는데 어찌 되다보니까 혼란시대를 통일한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 무사시대의 영웅을 위인전으로 보면 허상을 보게 됩니다. 위인전을 읽으면 슈바이처나 이순신처럼 훌륭하다는 사람만 알게 되지만 인물전으로 읽으면 히틀러나 폴포트, 이완용처럼 악랄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알게 됩니다. 위인전을 읽으면 그 위인을 위인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찬미적 수식으로 그 인물의 꾸며진 허상을 볼 수 있지만, 인물전을 읽으면 그 사람이 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 객관적 설명으로 그 인물의 진정한 실체를 알게 됩니다. 위인전을 읽으면 가슴속이 찡하지만 인물전을 읽으면 머릿속이 깨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위인전을 읽으면 위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겠지만, 인물전을 읽으면 인물을 탐구하는 지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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