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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숨 끊은 화물 지입차주의 미스터리 계약서...그는 왜 계약서를 두 부나 썼을까?유가족 '이중 계약' 의심...회사 측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쇠 / 정인혜, 윤민영 기자

다음 기사는 본지가 1월 3일 단독 보도한 '"나는 신종 노예" 유서 남기고 목숨 끊은 어느 화물 지입차 기사의 사연'의 후속 취재 기사입니다. 

화물차 기사 오모 씨와 그 유가족의 딱한 사연이 본지에 보도되자, 전국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기사를 공유했으며 많은 댓글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에, 본지는 이 사연을 지속적으로 후속 취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울 김포의 한 주차장. 자신이 몰던 승용차 운전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그가 눈물로 써 내려간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확인 결과, 그는 지난 9월 11일부터 이곳 물류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화물 지입차주 오모(38) 씨였다. 금슬 좋은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남겨둔 채, 그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오 씨는 사망 직전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자신이 남긴 ‘검정 노트’를 꼭 읽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이 노트에 유서와 회사와의 계약서, 월급 내역이 적힌 명세서, 차용증을 함께 넣었다. 유서에는 “갑갑하고 억울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계약서 등의 서류를 통해 이 회사와의 계약이 철저하게 ‘불공정’했다고 호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숨진 오 씨가 목숨을 끊기 전 아내에게 보낸 문자(사진: 유가족 제공).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월 순수익 500만~600만 원을 보장한다고 해서 회사 명의의 차로 일을 시작했는데, 모두 허상이었다.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일을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계약서부터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신종 노예가 된 것 같다. 나 같은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 그가 올린 수익은 9월 24만 6493원, 10월 155만 7105원이다. 두 달 간의 수익을 모두 합친 금액이 고작 180만 원인 셈이다.

적은 수익, 쌓여가는 대출 이자와 함께 그가 죽음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한 억울함 때문이었다. 그는 생전 지인들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유서에서도 ‘신종 노예 계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 씨와 해당 물류 회사는 총 두 부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 한 부, 회사 대표 개인과 작성한 계약서 한 부다. 언뜻 보면 같은 내용처럼 보이는 해당 계약서들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분쟁 발생 시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갑과 을 상호 간의 합의에 의해 해결한다"고 적혀있는 반면, 대표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다만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갑의 해석에 따른다"는 문장이 덧붙은 식이다.

숨진 오 씨는 회사가 갑이 되는 계약서(왼쪽)와 회사 대표 개인이 갑으로 등장한 계약서 등 두 종류의 계약서를 작성했다(사진: 유가족 제공).
회사가 갑인 계약서(왼쪽)와 회사 대표 개인이 갑이 된 계약서(.사진: 유가족 제공).
회사가 갑이 되는 계약서(왼쪽)와 회사대표 개인이 갑이 된 계약서 (사진: 유가족 제공).

두 개 중 하나의 계약서에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기도 했다. 대표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위 합의한 사항에 대하여 추후 갑에게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일체 제기하지 않으며, 을이 계약 내용을 불이행함으로써 발생한 차량의 권리 소멸에 대하여 ‘추후 갑에게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아예 이런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대표와 작성한 계약서는 내용 자체가 굉장히 불공정하다”고 평했다. ‘이중 계약’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다.

이 밖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항목들은 넘쳐난다. ‘등록 비용 1500만 원’이 두 번째 계약서에는 ‘일금 천만 원’이라고 적혀있고, 23만 원의 지입료는 27만 5000원이라고 적혀있다. 두 계약서 모두 날짜는 적혀 있지 않다.

해당 물류회사에는 현재 약 40여 명의 지입차주들이 근무 중이다. 다른 차주들도 이 같은 계약서를 작성했을까? 시빅뉴스가 만난 이 회사 다른 차주는 계약서를 보고 “이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계약서 자체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3명의 이 회사 다른 차주도 계약서는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 씨는 계약서를, 그것도 왜 두 부나 작성한 걸까.

차주 A 씨는 “오 씨가 회사 명의의 차량을 운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오 씨는 회사 명의의 차량을 ‘임차’해 운전했다. "계약서는 금시초문"이라고 설명한 다른 차주들은 본인 명의의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해당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지입차주 대다수는 본인 명의의 차량을 운전 중이라고 했다.

오 씨처럼 회사 소유의 차량을 임대해서 운전한 또 다른 기사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본인 명의가 아닌, 회사 명의의 차량을 임차해 운전한 기사들만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계약서를 한 부만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와 작성한 계약서는 있지만, 대표 개인이 갑, 기사 본인이 을로 명시된 계약서는 작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계약서 다시 써야 한다고 한 번 부르기는 했는데 바빠서 안 갔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가 취재를 거부한 터라 이 외의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회사 측은 죽은 오 씨의 경우 계약서가 두 부나 작성된 이유에 대해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 B 씨는 “임대차로 계약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서로 틀어졌다”며 “오 씨도 돈이 안 되고, 회사에서도 적자가 났다. 어쨌든 조건 자체는 다른 기사들과 (똑같이) 하고, 새 차를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담당자와 통화하라며 연락처를 남겼지만, 해당 담당자는 “내가 이 일에 대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냐"며 "(내가) 회사를 대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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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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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도 2018-01-19 20:10:48

    대한민국의 한 남자로써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두 자녀.그리고 아내와의
    손을 놓으면서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을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오네요.

    왜 대한민국은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뒷걸음만 치는건지......

    우리들의 자녀...그리고 그 자녀들의 자녀에게

    이런 파렴치한 업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살게 하실껍니까???

    나랏일하시는 모든 관계자님들

    다음세대들에게는 깨끗하고 바람직한 나라에서 살게 해야하지않을까요?

    앞만 보고 일하지 마시고...옆도 보고...뒤도 돌아보고...

    해야하실일들이 많을겁니다.   삭제

    • 준영 2018-01-16 18:48:18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큰 힘이 될것입니다.
      아래 링크 읽어보시고 동의 한번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81495?navigation=petitions   삭제

      • 준영 2018-01-16 18:45:50

        지난 주말 고인의 49제를 지내었습니다. 비록 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가슴 한구석에서는 고인을 아직 떠나보낼수가 없습니다.

        이글을 보시거나 해당 사연을 경험하시는분들께 전합니다.
        해당업체 관련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고인은 한이 남아있어서 편안하게 하늘로 떠나지 못할것입니다.

        비록 돌아올수없는 머나먼 길을 떠났지만 하늘에서라도 이승에서의
        한이 남지 않도록 아래 링크에 동의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친구야~ 보고싶다~~   삭제

        • 최필립 2018-01-16 00:20:22

          김포
          어느 회사일까?
          진심 궁금   삭제

          • 권선징악 2018-01-15 12:37:07

            청와대 청원바랍니다.피눈물흘리는 가족을 위하고 지금도 고통받고있는 화물차주분들의 아픔을 널리알려주세요ㅠ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81495   삭제

            • 쭈야맘 2018-01-14 22:41:11

              진짜 회사 대표 라는 사람이 너무 뻔뻔하다
              어쨋든 사람이 억울 해서 죽었음 뭘 하나라도 거짓이였기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인데 .. 반응을 저딴식으로 하다니
              저러다가 천벌 받을거다
              자신은 떳떳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꼭 밝혀져서 죄값을 치뤘으면 좋겠다 남겨진 가족들 분명 힘들지만 시간이 자나면 해결될거고 이럴수록 더 정신차리고 건강 챙기셔야되요 떠나간 사람은 이미 없으니 마음아프지만 자식들을 생각 해서라도 악착 같이 살아야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삭제

              • 구구사랑 2018-01-14 15:08:51

                한번씩 밤에 차를타고 가다보면 화물차들을 많이봅니다
                항상 그때마다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먼저들었는데요 그렇게 착실히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인데 저런 안좋은 선택을 하셨을때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부디 이런일들이 묻히지않고 세상밖으로 더알려져 다시는 이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않길 바랍니다 두아이와 부인과 부모님을 두고 먼저 떠나신 고인의명복을 빌겠습니다   삭제

                • 제발 2018-01-14 14:07:42

                  집안의 가장이 자살 하기까지에는
                  몇천만번 생각하고 울었을까요..
                  가족을 뒤로하고 떠날땐 그 마음.. 정말 가슴아픕니다. 서민이 잘 살 수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정부의 공약, 그리고 국민을 위한 나라를 항상 강조하는데 전부 이 회사는 정부가 다짐햇던 공약도 어긴거고 또 한사람을 살인한 파렴치한 기업이네요
                  이런 회사는 제발 살인기업 이런 회사 직원 등처먹는 이런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제발 사라지게 해주세요 . 남은 가족분들을 위해서라도 억울한 죽음을 꼭 밝혀주세요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삭제

                  • 슬프다. 2018-01-14 13:32:48

                    두아이의 가장이 왜 죽었는지 이해가 안되신다고...
                    너희 자식들은 당신이 하는 짓을 보고 이해하고 훌륭하다고 할까? 당신 자식들도 당신처럼 괴물로 키우실건가요?   삭제

                    • 구루미 2018-01-14 13:31:46

                      항상 이런글을접할때만되면 마음이 정말아프네요
                      항상 열심히살아볼려고하는 사람에게 왜 이사회는 계속 삶의끝자락으로 궁지로몰아넣는지...이제는 돈있고 백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떳떳한사화가 아닌 열심히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가되었으면합니다... 꼭 사건의 진실이알려져서 유가족의 슬픔을 조그이나마덜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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