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대학생 상대 불법 카드 발급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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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대학생 상대 불법 카드 발급 기승
  • 취재기자 윤지은
  • 승인 2014.04.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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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준 뒤 되돌려 받기 등 ...경제력 없는 학생들 신불자 만들기도

부산의 대학원생 이세리(가명, 24) 씨는 최근 학교로 찾아온 A 카드사 영업사원의 말을 듣고 솔깃했다. 카드를 만들 때 연회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제의였다. "그래도 일정 소득이 없는 학생인데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느냐"라고 묻자 "걱정 말라"면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통장으로 200만 원을 송금해 줄 테니, 그 통장 사본을 첨부해서 일단 소득이 있는 것처럼 신청서를 꾸며 카드를 발급받은 뒤, 다시 그 200만 원을 나에게 돌려 주면 된다" 는 것이다.  이 씨는 편법이다 싶어 좀 찜찜했지만 마침 카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라 그의 권유대로 카드를 발급받았다.

부산의 또 다른 대학생 최연희(22) 씨는 한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B 카드사 영업사원의 권유를 받아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영업사원은 최 씨에게 “ 카드사에서 아르바이트 장에 확인 전화를 걸 것이다. 전화를 받으면, 아르바이트 생이 아니라 정직원이라고 거짓말을 하라”고 일러줬다. 영업사원의 지시대로 한 최 씨는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 기준’에 따른 신용카드 발급 대상자는 만 20세 이상, 재직 증명서 제출 가능자, 신용등급 6등급 이상, 월 가처분소득(월 소득에서 월 채무상환금을 뺀 금액)이 50만원을 넘는자에 한한다. 그런데 카드회사는 대학생을 상대로 이러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신용카드 발급을 부추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영업사원은 이 같은 불법 영업에 대해 “합법이 아닌 것은 알지만 카드발급을 성공시킬 때마다 업무 성과 점수를 얻는다. 이 점수가 우리들의 실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했다.

성인에 비해 경제 생활이 미숙하고 절제력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무절제한 소비로 이어져서 신용불량자, 카드 돌려막기, 신용등급 하락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부산의 대학생 김형태(가명, 26세) 씨는 신용카드를 쓰다 결제대금을 연체하는 바람에 신용점수가 하락해 졸지에 청년 신용불량자가 됐다. “겨우 며칠 늦었는데도 신용점수가 떨어졌다. 다시 올리기는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사은품이나 현금 지급 마케팅 등 불법 모집이 성행했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로 사라지는 듯하다가 최근 더욱 교묘한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멤버십 늘리기가 편법, 불법을 조장한다 "면서  "카드사들의 자율적인 규제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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