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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 '파격', 가요 선곡부터 '문빠' 질문까지…문 대통령 "댓글엔 기자도 담담하게" 주문文 대통령, 기자 직접 지목해 각본 없는 '즉문 즉답'…"문재인 최고" 네티즌 호평 / 정인혜 기자
10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권을 따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진행한 첫 신년 기자회견은 사전 각본 없이 자유 토론 방식으로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질문지와 순서 등이 담긴 시나리오를 기자단과 사전에 공유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9시 50분부터 11시 30분까지 TV로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기자회견장에는 익숙한 대중가요 3곡이 울려 퍼졌다. 가수 김동률의 <출발>, 윤도현의 <길>,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청와대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기자회견에 어울리는 곡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음악 선곡은 청와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작품이다. 음악과 함께 중앙 벽면 스크린에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주요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모두가 기다리던 문 대통령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파란 넥타이를 하고 회견장인 청와대 영빈관으로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단상에 섰고, 기자들은 단상을 정면에 두고 둥글게 모여 앉았다. 이어 약 25분간의 모두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촛불 정국을 반추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평범함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꼈다. 촛불 광장에서 군중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을 봤다”며 “우리가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가족의 용기 있는 삶이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가가 국민들에게 응답해야 할 때”라며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개헌 등에 대한 향후 정국 방향을 소개했다.

모두 발언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영빈관을 찾은 내외신 기자는 총 200여 명. 질의응답은 1시간 동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기자들이 손을 들면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자를 지명한 후 답변하는 식이었다.

사회를 맡은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께서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 분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며 “‘나도 눈 맞췄다’며 일방적으로 일어나시면 곤란하다. 기자분의 양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장내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 회견은 그간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한 문 대통령의 스타일과 걸맞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장면도 다수 연출됐다. 기자들은 문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드는 기자, 한 손이 아닌 양손을 번쩍 드는 기자, 종이를 흔드는 기자도 있었다.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정치·외교·안보 분야 6개, 경제·민생 분야 4개, 사회 분야 2개, 자유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 기자가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외신 기자의 활약도 돋보였다. 워싱턴포스트의 외신 기자는 유창한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통령님”이라고 새해 인사를 마친 뒤 “지금부터 영어로 말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기자는 기자회견 중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회견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며 “이전 정부와 달리 기자들이 사전에 짜여진 내용 없이 질문하고 있다. 백악관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 이른바 ‘문빠’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한 기자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격한 표현과 함께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지지자에게 전할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야 좀 편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치인들은 언론의 비판, 인터넷 댓글, 문자 등을 통해 많은 공격을 받고 비판받지만, 언론인들은 지금처럼 활발한 댓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며 “나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어 “기자님들께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너무 그렇게까지 예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유례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은 약 1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도 언론과의 접촉을 늘려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에는 오늘 질문하지 못한 기자 분들에게 기회를 드리겠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끝으로 퇴장했다.

네티즌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등 관련 검색어가 검색어 랭킹을 싹쓸이했을 정도다. ‘문빠’ 논란을 언급한 ‘박정엽’ 기자의 이름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네티즌들은 “문재인 정부 지지합니다”, “시간 가는 게 야속할 정도”, “우문현답 정말 멋있다”, “역대급 기자회견” 등의 댓글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기자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댓글도 다수 나왔다(사진: 네이버 캡처).

기자들을 비판하는 의견도 상당수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이 ‘수준 이하’였다는 점에서다. 한 네티즌은 “기자회견할 때마다 수준 떨어지는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며 “질문 수준을 올리지 못할 거면 받아쓰기나 잘해라”라고 말했다. 해당 댓글은 추천수 600을 기록한 반면, 반대 수는 32에 그쳤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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