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서 뿌리는 광고 명함, 행인들엔 '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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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서 뿌리는 광고 명함, 행인들엔 '흉기'
  • 취재기자 손아주
  • 승인 2014.04.0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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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처럼 날아 부상당하기도 .. 도로에 쌓이면 쓰레기 공해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광경 중 하나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광고용 명함을 던지는 ‘사나이’들이다. 이들은 마치 표창을 던지는 무협영화 전사처럼 빠르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도 정확하게 상가 문 앞에 명함을 날려 보낸다. 대개 이들 광고용 명함은 불법대출에 관한 것인데, 하루에도 몇 차례 씩 가게 입구문 앞에 수북이 쌓여대는 명함 때문에 가게 업주들은 청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빳빳한 명함 광고물들이 빠르게 날아드는 바람에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흉기가 돼 부상을 입히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앞 휴대폰 가게에서 근무하는 이성진(32) 씨는 “불법대출 명함들이 수시로 매장 출입문 앞으로 날아와서, 치우기도 귀찮고, 종류가 너무 많아서 신고하기도 귀찮아요”라고 말했다.

금정구 구서2동 소재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일하는 신현민(30) 씨는 아침 출근과 동시에 밤새 가게 앞에 쌓인 불법대출 명함들을 치우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한 장도 아니고, 많은 종류의 명함들이 있어서 정말 줍기 귀찮고, 하루 종일 수시로 명함이 보이면 주워 버려요. 던지고 오토바이로 달아나 버리는 사람들에게 치워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공해에요”라고 말하며 화를 냈다.

2013년 한 해 동안 이러한 대출 명함, 음란물 전단을 포함한 광고물 무단부착 신고 건수는 서울이 1,319건(한국일보 1월 14일자 보도)이며,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시에서는 무단 광고물 신고 건수가 한 해 247건에 이른다.

▲ 부산 금정구 구서2동 프랜차이즈 분식집 앞에 떨어져 있는 불법 대출명함들(사진: 취재기자 손아주)

불법대출 명함을 내던지는 일은 단지 가게만의 문제가 아니라 행인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명함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모서리는 날카롭고 코팅되어 딱딱하기 때문에, 오토바이에서 던지는 광고용 명함들은 자칫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

금정구 구서동에 사는 대학생 손모(22) 씨는 작년 여름철에 반바지를 입고 집 근처 상가를 지나다 오토바이가 던지는 명함에 맞아 종아리를 살짝 베인 적이 있다. 그녀는 “하도 아파서 소리를 질렀는데, 던진 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달아났어요”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정구 부곡동에 사는 박모(21) 씨는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날리는 명함을 피하려고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다 넘어진 적이 있다. 그녀는 한 달 동안 엉덩이에 멍이 들어 고생했다고 한다.

▲ 금정구 장전동 한 가게 앞에 떨어져 있는 불법대출 명함들(사진: 취재기자 손아주)

금정구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불법 명함 광고물에 대한 단속을 요청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구청은 게시판 답변들을 통해서, 해당 불법 광고물에 대해 계고장 발송과 과태료 부과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구청은 게시판 답변에서 구청은 앞으로 금정경찰서와 연계하여 명함과 같은 ‘불법 유동 광고물’ 단속을 꾸준히 실시하고, 현장에 대한 지속적인 순찰을 강화하여 주민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법규에서 ‘불법 유통 광고물’로 불리는 이들 던지는 명함은 던지고 사라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장 적발이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부산 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현장 적발이 어렵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면 시간이 걸려도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로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불법대출 명함 배포에 관한 신고를 쓰레기 무단투기로 처벌했지만, 지금은 2013년 3월 22일부터는 법이 바뀌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부금융협회 보호자센터의 관계자에 의하면, 광고물의 연락처가 미신고된 불법사채 업자의 경우는 전화번호가 당국에 의해 차단되는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관계자는 또한 당국에 등록된 대부업자가 던진 명함의 전화번호에 연락하여 대출을 받았다가 불법적 이자율을 요구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 피해자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수 있고, 신고에 의해 해당 대부업체 전화는 곧 정지되며, 경찰이 신속히 수사에 나서는 ‘신속이용정지제도’가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불법유통신고센터에 명함에 적힌 대부업자의 신뢰도 등을 문의하거나 불법대부 업체 행위를 신고, 접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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