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차량에 가만히 앉아있다 후속 사고 “피해자도 20% 책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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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차량에 가만히 앉아있다 후속 사고 “피해자도 20% 책임” 판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1.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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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후행 사고 방지 위한 조치 의무 있다" / 신예진 기자
법원은 7일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시 연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사고가 난 차량에 앉아 있다가 연쇄 사고가 발생해 다쳤다면 피해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7단독 서봉조 판사는 7일 A 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7700여 만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500만 원만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3년 12월 19일 A 씨는 딸이 운전하던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했다. 국도를 달리던 이들은 앞서 빙판길에서 사고를 내고 멈춰선 차량을 들이 받았다. 눈길에 미끄러져 방음벽을 들이박은 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던 것. 사고 발생한 후 당황했던 A 씨와 딸은 별도의 조치 없이 차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이어 A 씨의 차를 뒤따르던 B 씨는 A 씨의 차량을 들이받는 연쇄 사고를 일으켰다. 이에 A 씨는 B 씨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 씨의 입원 기간 동안의 수입에 해당하는 손해와 사고로 발생한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A 씨에게도 20%의 과실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보험사의 책임은 80%로 제한됐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 판사는 “A 씨의 딸이 선행 사고를 야기했고 후행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선행사고 이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등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더불어 재판부는 해당 사고로 특정 질환이 발생했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 씨는 사고 후 왼쪽 눈 시력저하로 노동 능력이 23%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치료에 들인 112만 원과 향후 치료에 필요한 434만 원 등의 지급을 요구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사고 이후인 2014년 2월 안과 진료기록을 보면 시력이 회복돼 사고와 관계없이 안과 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의학회의 진료 감정에서도 사고의 기여도를 5% 이하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 66조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고장으로 차량을 운행하지 못할 경우 이를 알리는 삼각대나 불꽃신호 등을 설치해야 한다. 또, 2차 사고를 방지해 문제의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A 씨의 사고는 국도에서 발생했지만 재판부는 비슷한 의무가 있다고 봤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량 충돌로 다쳤을 시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가 어렵다는 것. 한 네티즌은 “만약 아이가 차량에 타고 있다면 어떻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겠나”라며 “어설프게 유도하다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까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손해보험사들이 보기에 좋은 판결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부의 판결이 A 씨의 당시 상태를 고려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단순 접촉 사고일 경우 당연히 갓길 쪽으로 차를 세워놔야 한다”며 “뒤따르는 차를 위해 삼각대 정도는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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