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있으면 스펙없어도 취업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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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있으면 스펙없어도 취업 가능해요"
  • 취재기자 배혜진
  • 승인 2014.04.0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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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진흥공단 등 일부 공기업도 '스펙초월 공채 제도' 도입
▲ 3월 13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최 톡톡 스펙초월 채용간담회 부산 현장(사진: 취재기자 배혜진)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입사한 이소희(가명) 씨는 토익시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는 입사 과정을 치르면서 이력서도 써보지 않았다. 이 씨는 자신을 '스펙초월 소셜 리크루팅' 합격자라고 소개했다.

스펙초월 소셜 리크루팅이란 입사 과정에서 가장 첫 단계인 서류전형을 생략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주어지는 온라인 미션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평가받는 새로운 채용제도다. 이 미션을 통과한 구직자들은 곧바로 최종 임원 면접 대상자가 된다. 스펙초월이라는 말은 단어 그대로 학점, 학벌, 어학 점수 등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요소들을 초월해 창의성, 문제 해결력, 직무 역량을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 씨는 "대 홍수가 일어난 상황에 배가 한 척 밖에 없다면, 어떤 사람을 태울 것인지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미션이 있었어요. 처음엔 정말 황당했죠. 그런데 실제로 업무를 해보니, 제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미션이었단 걸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 진흥공단 직원으로서 경북 구미에 위치한 중소기업 중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를 직접 방문해 기술성과 사업성을 평가하고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진흥공단의 한 인사담당자는 이달 13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스펙초월 채용 간담회에 참가해 공단의 인재상에 꼭 맞는 인재를 변별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공단 공채에서 36명 정원에 6,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 인재 선발의 효율성을 위해 스펙을 기준으로 서류를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단은 서류만으로 열정과 창의성 등 잠재력을 보는 것은 한계가 있어 일반전형 외에 스펙초월제도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3주간 9개의 미션을 출제했어요. 모두 10년 근속의 직원들이 직접 제출하고 평가했죠. 지원자들을 몰랐겠지만, 미션은 총 20가지의 직무역량을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마지막 관문까지 17명이 남았는데, 그중 10명이 일반전형에 도전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최고의 인재를 놓칠 뻔한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뿐 아니라 한국남동발전도 지난해 스펙초월 소셜 리크루팅 제도를 시행했다. 한국남동발전의 한 인사담당과장은 4라운드에 걸친 미션 수행과 인적성검사, 그리고 최종면접을 통과한 고졸 신입사원 35명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펙초월제도 최종합격자들과 서류전형을 포함한 일반전형 합격자를 비교했을 때,  전자의 면접 점수와 업무성과, 그리고 인성평가점수가 다소 높았다고 전했다.

공기업의 잇따른 스펙초월제도 도입에 대해, 김희동(42, 국회 미래인재육성포럼 자문위원) 씨는 "(이는) 과도한 스펙 쌓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이며 새로운 기회의 장"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젠 외국인과 미팅이 잦은 업무에는 토익점수가 높은 사람이 아닌 회화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겠다는 겁니다. 스펙이 조금 부족해도 자신의 분야에 대해 열정과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도전해 볼 만 해요"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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