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 내면서 자리만 차지” 눈흘김에 지하철 노인 승객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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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안 내면서 자리만 차지” 눈흘김에 지하철 노인 승객 서럽다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8.01.05 06: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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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거사' 비아냥에 승차 꺼려...무임 축소 움직임에 "노인 복지 부족한데 그것마저 없애느냐" 반발 / 정인혜 기자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을 향한 비판 탓에 지하철 승차를 꺼리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김모(71) 씨는 요즘 지하철을 타는 게 꺼려진다. 얼마 전 아들에게서 들은 농담 아닌 농담 때문이다. 아들이 자신에게 ‘지공거사’라고 부르기에 뜻을 물으니, 아들은 “지하철에 무임승차하는 노인”이라고 대답했다. ‘지공’은 ‘지하철 운임 공짜’의 줄임말이다.

김 씨는 “아들은 젊은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써 온 말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는데, 지하철에 공짜로 타는 노인들을 젊은 사람들이 고깝게 본다는 소리 아니냐”며 “그 이후로 괜히 지하철 타는 게 눈치 보인다”고 토로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향한 따가운 시선 탓에 눈치를 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현행 도시철도법상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적자 요인의 90% 이상을 노인 무임승차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 폐지 논의가 일기도 했지만, 폐지 안건이 통과되지는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주제로 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 또는 나이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글에 달린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돈도 안 내면서 자리만 차지한다", "80세 이상 노인만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법 개정해야", "지하철 틀딱충(틀니 딱딱 충의 준말로 노인을 비하하는 인터넷 은어) 혐오스럽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 같은 의견에 동감한다는 직장인 김모(26, 서울시 중랑구) 씨는 “고령화 시대에 요즘 65세는 노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출근길에 지하철 자리를 차지하고 정처 없이 지하철 여행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솔직히 짜증 난다”고 말했다.

상당수 노인들은 이 같은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폐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부산에 거주하는 69세 김모 씨는 “요즘 최저임금을 올리니, 일자리를 늘리니 젊은 사람들 위한 정책이 쏟아지는데 노인들 위한 복지 정책은 얼마나 되냐”며 “노인들이 탄다고 지하철이 닳는 것도 아니고, 자리가 없으면 건강한 젊은 사람들이 좀 서서 가면 될 노릇인데 왜 이걸 가지고 노인들 눈치를 주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혀를 찼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자,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지하철을 타는 노인들도 있다. 지하철을 ‘떳떳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박숭찬(72, 경남 양산시) 씨는 “솔직히 지하철 요금이 택시비만큼 비싼 것도 아니고, 그거 얼마나 한다고 내고 타면 문제없다”며 “뉴스에서 하도 노인 무임승차가 문제라고 떠들어대는 통에 그냥 ‘진상’ 취급 받기 싫어서 무료 카드 안 만들고 내 돈 내고 탄다. 그렇게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정책이) 노인 가계에 대단히 큰 보탬이 되는 정책이 아니라 정신적인 복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고깝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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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2018-01-15 18:56:46
실제로 제 주변 친구들이 마라톤 후 너무 힘이들어 지하철 자리가 아닌 바닥에 잠깐 앉은 것을 가지고 노인분들께 욕먹는 일도 있었구요, 제 중학교 담임선생님 아내분도 노인분께 임신이 대수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다만, 가끔가다 아무 이유 없이 젊은이들 욕하고 가는 노인분들이 한두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정책 자체가 문제 있다고 봅니다. 진짜 노인복지를 생각했더라면, 이런 무임승차 제도가 아닌 이로 인한 적자만큼의 금액으로 더 질 좋은 노인복지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js 2018-01-06 18:39:18
눈치를 본다고??오히려 자리양보 강요하며 큰소리치는건 봤어도...초기임산부인데 배려석에 앉았다가 욕까지 들어먹고 왓는데 무슨 ㅡㅡ국가의 배려로 무임승차를 하면 그만큼 더 에티켓있게 행동해야하는거 아닌가?이게 바로 호의를 권리로 안다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