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위협+평화 공세’ 화전 양면 전술 담은 김정은 신년사에 해석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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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위협+평화 공세’ 화전 양면 전술 담은 김정은 신년사에 해석도 다양
  • 취재기자 윤민영
  • 승인 2018.01.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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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평창 참가 환영", 고위급 회담 제안...보수 진영은 "핵문제 남았는데 앞서 나가선 안돼" / 윤민영 기자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9시 30분,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는 조선중앙TV를 통해 약 30분 방송됐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와 ‘핵탄두 및 탄도로켓 대량 생산·실전 배치’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평화를 향한 메시지와 핵무기 연구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함께 발표했다. 북한의 신년사는 화전 양면 전술을 통해 남북관계를 매개로 대북 제재 타개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미 전쟁 억제력이 완성됐음을 선언하며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핵무기와 탄도로켓의 대량 생산 및 실전 배치와 함께 즉각적인 ‘핵 반격 작전 태세’를 언급했다. 이는 미국과 대등한 핵전력을 보유할 때까지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김정은은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처를 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북 제재 이후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안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데서 선회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입장을 바꿔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과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어서 신년사 막바지에는 핵무기는 전쟁 억제용임을 재차 강조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 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어떤 나라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며 UN 차원의 대북 제재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앞서 신년사를 통해 미국을 두고 ‘핵을 휘두르며 광분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의 중점은 ‘남한과의 평화적인 관계 개선 의지’와 ‘지속적인 핵 개발 의지’로 두 가지다. 완전히 다른 두 논점은 ‘우리가 한발 양보해서 대화에 응하겠다. 너희도 한발 양보해서 핵 문제로 터치하지 말아라’는 뉘앙스인 셈이다.

정부는 즉각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의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9일에 공식 제의했다. 조선일보는 조 장관의 ‘9일 고위급 회담’ 제의는 북한과 실무선에서 사전 조율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이를 환영하는 네티즌은 대북 제재로 북한도 압박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북한이 먼저 남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새해부터 좋은 징조라며 반겼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코스피, 코스닥 증시가 폭락한 것을 예로 들은 네티즌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줄어야 해외 투자자들도 유치되며 경제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난하는 네티즌 반응이 더 많았다. 한 네티즌은 365일 내내 핵 도발 위협하던 북한이 립서비스와 함께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만 내비쳤을 뿐인데 남북 대화 제의로 확대해석한다며 북한의 화전 양면 전술에 또 걸려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북 대화는 분명 좋은 징조가 맞지만,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여야만 한다. 북한이 핵 포기 선언을 한 것도 아니어서 그저 대북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반응에도 온도 차가 있다. 한겨레는 북한 신년사를 두고 북한이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며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민 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북한이 핵 위협과 평화라는 양극단의 신년사를 통해 핵과 경제 동시 발전을 꾀하는 병진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나온 만큼 핵 위기를 해소할 가능성을 찾은 것처럼 성급한 기대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7년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한편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북관계와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를 함께 해결할 계획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외교부가 능동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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