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라섹 수술비, 병원마다 '들쭉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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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 라섹 수술비, 병원마다 '들쭉날쭉'
  • 취재기자 손희훈
  • 승인 2014.03.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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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250만원... 첨단 장비 핑계대지만 환자들은 어리둥절

‘眼十中九(안십중구)’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몸 전체가 열이면 눈은 아홉’이라는 뜻이다. 눈은 이렇게 예로부터 신체에서 중요한 기관으로 여겼다. 오늘날에는 라식, 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술’을 통해 두 번 씩이나 이렇게 중요한 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라식 관련 소비자단체는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라식, 라섹 시력교정술은 한 해에만 약 10만 건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라식, 라섹이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수술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력교정술을 받는 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력교정술에 대한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용이다.

라식은 각막절편을 절삭해 얇은 막을 만들고, 그 막을 들어낸 다음, 레이저를 이용해 시력을 교정한 후 다시 절편을 덮는 수술이다. 라식은 각막상피에 손상을 주지 않고, 수술 후 통증이 적으며, 수술 다음 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각막절편을 다시 덮는 과정에서 절편에 주름이 잡히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각막이 얇은 사람은 수술 받기가 힘들다.

이에 반해, 라섹은 각막상피를 깎고, 레이저를 이용해 굴절력을 조절함으로써 원래의 각막을 라식보다 더 남길 수 있어 재수술까지 가능한 수술이다. 그래서 각막 두께가 얇은 사람은 라섹 수술이 더욱 적합하다. 하지만 라섹은 각막상피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시력 회복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 각종 안과병원 웹사이트에 즐비한 저가 할인 라식, 라섹 이벤트 배너들(사진 출처: 인터넷 해당 웹사이트).

인터넷에서 라식 수술, 혹은 라섹 수술을 검색하면, 각 안과 병원들의 웹사이트가 즐비하다. 이들 광고들은 ‘특가 이벤트’, ‘라식수술 공동구매’와 같은 ‘저가’임을 강조하는 문구로 가득하다. 라식소비자단체 ‘EYEFREE’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안과 병원들의 시력교정술 가격은 최저 50만원에서부터 최고 250만원까지 다양하고, 평균 가격은 약 134만원 정도다. 하지만 같은 시력교정술임에도 불구하고 병원마다 가격이 천양지차인 게 문제다.

▲ 이 표에 제시된 가격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받는 시력교정술의 평균 금액이며, 옵션에 따라 가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시력교정술 가격이 최소 100만원을 넘는 이유는 우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과 관련 건강보험 급여 미적용 규정에는 “안경, 콘텍트 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 등 신체의 필수 기능을 개선하는 목적이 아닌 경우에 사용되는 행위나 약재, 치료 재료를 비급여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의 시력교정술은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로 간주되어 의료행위가 아니다. 따라서 시력교정술은 순전히 병원이 부르는 게 값이다. 라식과 라섹 비용은 수술 비용에 의료장비 임대료, 병원 임대료, 광고비, 인건비도 포함된다. 하지만 환자들은 비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없으며 이런 일방적인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산의 대학생 이승훈(27) 씨는 “의료장비가 비싸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가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과병원 측에서는 수술을 위한 레이저 장비 가격을 가격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대당 약 5억에서 10억까지 호가하는 레이저 기기는 병원에서 영구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로부터 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수술비의 가장 큰 부분은 레이저 기기 임대비용이다.

한 안과 병원 관계자는 사용하는 기기의 연식, 성능에 따라서도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구형 기기를 사용해 라식 수술을 하는 병원은 평균적으로 13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최신 기기를 사용한다는 부산의 한 병원은 비용이 최소 200만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라식 수술을 받은 부산의 대학생 김태호(26) 씨는 각종 검사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양안 라식 수술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안 됐다. 그는 가장 중요한 각막을 깎고 다시 덮는 수술의 실제 과정마저도 기계가 한다는 사실을 수술 경험으로 알게 됐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라식, 라섹 수술은 ‘어떤 장비를 쓰느냐’ 가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것이 대부분 병원들의 설명이다.

병원마다 앞 다퉈 내세우는 각종 이벤트나 프로모션도 수술비용 증가에 한몫한다. 대부분의 안과병원들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 각종 이벤트를 내건다. 김태호 씨는 지인의 추천을 받고 오면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선전한 병원에 가서 “친구 소개로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병원은 그 말의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즉석에서 20만원을 할인해서 80만원에 수술해 주었다. 김 씨는 “도대체 원가가 얼마이기에 말 한마디하니 가격을 깍아 줄 수가 있느냐”며 시력교정술의 원가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라식소비자단체 EYEFREE의 한 관계자는 저가의 시력교정술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을 지나치게 내리면,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로 얻게 되는 수익이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수술 횟수를 늘려 병원 수익을 올리는 박리다매 식 ‘공장형 안과수술’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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