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달려온 길을 돌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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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온 길을 돌아보면
  • 부산광역시 이창대
  • 승인 2014.03.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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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에 대한 열의가 있기 마련이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은 직장 동료뿐만 아니라 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존경을 받게 되고 인망(人望)이 높아지게 된다.

이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정성들이기도 하고, 가슴 속에 사명감을 품고 생활한다. 그래서 일에 대한 보람도 더 크다.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다.

때로는 그 열정이 지나치게 앞선 나머지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의욕이 앞서 열심히 일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서 다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열정의 힘을 가지고도 그것을 잘 쓰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그래서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달려온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열정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본래의 목적은 잊지 않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크고 중요한 일일수록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본래의 목적을 상기하는 것이 좋다.

의사들이 ‘국내 의료제도의 개선을 위해 파업을 한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원격 진료, 영리병원 허용 반대가 국민과 의사들을 위한 길이라 말하며, 오는 24일부터 6일간 모든 진료를 거부하고 총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에 총 파업으로 대응하는 의사들은 그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가치관을 충분히 열정적으로 보여준다.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지고 보다 큰 대의(大義)를 이루려는 의사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의사들은 그들의 열정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마음 속에 품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의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열정이 너무 큰 나머지 본래의 목적을 잊은 것처럼 보인다.

본래 목적을 잊은 그들의 열정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열정인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에게 협박을 가하는 총 파업은 인질극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의사들은 인술(仁術)의 천사에서 인질범으로 변해버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열정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잠깐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 확인해야한다.

총 파업을 강행한다고 발표한 의사들은 국민들과의 관계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몸이 아플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의사들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한다고 말한 그 순간, 그들은 국민들이 느끼게 될 감정을 생각해봤을까? 그들은 ‘의술’이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항상 공급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이번 발표를 통해서 국민들은 의료 서비스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착잡한 현실을 느꼈을 것이다.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에 금이 갔고, 이 금은 언제 번져나갈지 모른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 받을 때, 우리는 그 의사와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나의 모든 습관과 생활패턴을 털어놓게 된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 많이 알수록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음을 줬던 의사들이 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서 국민에게 충격을 준 지금, 국민들은 의사에게 더 마음을 열려고 할까? 이 현상은 정확한 진료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의사들의 대의를 위한 열정으로 인해 그 근본을 병들게 하는 모순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독자 투고는 2014년 3월 14일 접수된 것입니다. 정부와 의사들의 협상이 진행되기 전 상황에 대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시빅뉴스 시민발언대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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