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기부문화③] 줄어드는 온정의 손길..."기부단체 정보 확인 시스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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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기부문화③] 줄어드는 온정의 손길..."기부단체 정보 확인 시스템 구축해야"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7.12.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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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기부금 사용 내역 홈페이지 공개 필수 / 신예진 기자

‘나누면 기쁨이 두 배’라는 슬로건은 최근 힘을 잃었다. 기부자들의 선심을 악용한 특정 단체가 잇속을 챙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최근 조금씩 확산되던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들이 마음을 놓고 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인 권혜림(25) 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달 3만 원 씩 기부금으로 지출한다. 그러나 최근 기부금 유용 사건이 잇따르자, 기부를 이어갈지 고민에 휩싸였다. 권 씨는 “기부금을 내지 않으려니 찝찝하고 계속 내자니 제대로 쓰일지 의문이 들었다”며 “3만 원이 큰 액수는 아니지만 허투루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권 씨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들은 “규모가 작은 재단이어서 사용처를 알기가 쉽지 않다”, “기부금 사용 내역 물으려고 전화하기가 껄끄럽다”, “기부를 끊으면 후원하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못 끊겠다” 등의 고민을 털어놨다.

현행법상 기부 단체는 기부금 사용 명세를 공개해야 한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금을 벌이기 전 모금액 사용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1000만 원 이하는 지자체가, 1억 원 이상이면 행정자치부가 관리한다. 또, 기부금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는 이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정보가 제대로 공개될 리 만무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부 문화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부 단체에 대한 공익성 검증부터 사후 감시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것.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세계일보를 통해 "기부 단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부금 모집액이나 사용처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대상 단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부자들이 자신들이 낸 기부금 사용처를 비롯한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부 단체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투명한 기부 내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물론 내외부적으로 투명성 문제를 까다롭게 관리하는 기부 단체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기부금 모금의 홍보 및 배분 과정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위원회를 운영한다. 또, 기부자들이 언제든 기부금 모금과 사용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한다. 회계 법인과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의 검증도 받는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 배분부터 사후 관리까지 보다 더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기부금 배분을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운영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집행하는 식이다. 이후 해당 기부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거친다.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분평가지원단이 사업의 피드백, 평가, 회계 평가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시민들과 함께한다.

기부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앞장서는 단체도 있다. 재단법인 한국가이드스타가 깜깜이 기부금 감시 역할을 맡았다. 가이드스타는 국세청으로부터 공익법인의 결산 자료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평가를 한다. 결과는 별점을 매겨 만점을 받은 단체들만 웹사이트에 공개한다.

한편, 건전한 기부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부자들이 돈만 내지말고 사후관리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사실 기부 단체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평가, 감시는 한계가 있다”며 “국세청이나 가이드스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부금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관심의 끊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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